2003년 7월 15일 (화) / 제 550 회
▣ 도박 권하는 나라
* 도박중독자 300만명 시대
2002년 한해 동안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복권 등 도박 산업이
올린 총 매출액은 약 14조원에 이른다. 또한 도박 참여 인구 2300
만명이 1년 동안 잃은 금액은 4조 7000억원이나 된다. 이것은 성인
인구 한 사람당 연간 34만원 정도를 도박으로 허비한 셈이 된다.
참여연대 등 30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도박장 반대 전국 네트워
크\'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박 중독자는 대략 300만명 선에
이른다. 이는 성인 인구의 9.3%가 도박 중독자라는 뜻이다. 그러
나 대박의 꿈을 꾸며 도박을 시작했던 많은 사람들이 가정 불화,
경제적인 파산 등으로 고통을 겪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정선에서는 전당포에서 일하며 카지노를 드나들던 26세
의 청년은 엄청난 돈을 잃은 뒤 자살하기도 했다.
*\"레저요? 이게 무슨 레저예요. 도박이지\"
이렇게 도박 중독자들의 폐해가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도박장
은 레저 시설이라는 미명 하에 계속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실례로
경마장의 한 관계자는 \"일부분 역기능도 있지만, 얼마든지 건전한
레저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마장, 카지노, 화상 경마장 등 전국의 각종 도박장 등지
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런 말에 대해 한결 같이 \"레저요? 이게 무슨
레저예요. 도박이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이 도
박이란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대박의 꿈 혹은 본전을
되찾기위해 다시 도박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방자치단체의 위험한 베팅
현재 전국에 있는 도박장의 수는 무려 51개. 그럼에도 각 지자체들
은 앞다투어 30여 곳에 도박장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화상 경마장, 경륜장 뿐 아니라 제천의 경견(犬)장, 청도,
의령, 진주, 정읍의 우(牛)권장까지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야말로
전국이 도박장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자체가 도박장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도박 산업 총 매출
의 10%를 세금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
는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세수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그러나 취재진이 찾아본 도박장에서 관광객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
았다. 제주 경마공원만 해도 10% 정도만이 관광객이었고, 90% 넘
는 사람들이 제주도민이었던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부 정책
도박장이 들어선 곳마다 도박중독자들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가
는 현실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과연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 것일
까? 정선 카지노에는 \'지역 주민 출입을 제한한다\'고 명시하고 있
다. 하지만, 주민들은 카지노 출입을 위해 주소를 이전하여 여전
히 카지노를 출입하고 있었다. 또한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해 베팅
의 한도액을 정해놓았다고 하지만, 실제 베팅에서 상한선이란 없
었다.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지자체는 다른 재정 확보 수단을 개발
하는 대신, 많은 세수입을 쉽게 올릴 수 있는 도박장을 일단 만들
고 보자는 안이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 도박 산업을 총괄해야 하
는 중앙 정부는 도박 중독자와 난립하는 도박장에 대해 해당 부처
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소극적인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