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법제 폐기·동북아 평화 한일연대로 실현\"
일본 쿠마모토현민의회 방한, 17일 대전서 기자회견 가져
정세연 오마이뉴스 기자
일본의 유사법제 통과 반대와 동북아시아 평화 실현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힘을 모은다.
일본정부의 유사법제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16일 한국을 방문한 \'평화헌법을 살리는 쿠마모토현민의회\'(이하 방문단)는 17일 오전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대전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유사법제 폐기 풀뿌리 운동을 통해 전쟁위기를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근 일본 정부가 군사대국화를 향해 위험한 발걸음을 쉬지 않고 있다\"며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안 통과와 지난 6월 유사법제 관련 3개 법안 통과 등의 움직임은 불안과 불신을 넘어 두려움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또 \"유사법제는 사실상 한반도 유사시를 명분으로 선제공격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전쟁으로 가기 위해 길을 닦은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며 \"유사법제 통과 등으로 조성된 작금의 상황을 전쟁을 부르는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규정하고 \'유사법제 폐기 풀뿌리 투쟁\'을 한-일 양 지역에서 강도 높게 전개해 나갈 것\"을 선언했다.
21C대안정책포럼 최교진 대표는 \"시작은 미미하지만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시민들이 만들어가겠다는 강고한 의지로 유사법제 폐기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일본 유사(有事) 3법이란
일본 유사 3법이란 일본이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을 받는 등의 위기나 비상상황에 대비해 자위대의 대응방침 등을 규정하기 위해 제정 또는 개정한 3개 법률이다.
3개 법은 \'무력공격사태 대처법\'(제정), \'자위대법\'(개정), \'안정보장회의 설치법\'(개정) 등이며, 위기 발생시 정부의 기본대처 방침과 의사결정 절차, 자위대의 출동, 국민의 각종 권리를 제한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일본은 2차대전후 제정한 평화헌법에서 무력사용을 함에 있어 외국을 공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되며 오로지 자국이 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경우의 수비 국한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국내 우경화 바람에 편승해 일본은 지난 97년부터 \'연구\'라는 형식을 빌어 유사법제 검토에 착수해 4년만에 이들 3개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해 지난 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 유사법제는 자위대 등 일본의 군사력을 자의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 2차대전당시 침략을 당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발과 우려를 사고 있으며, 일본내 진보적 시민단체들조차 태평양전쟁 당시의 \'국가총동원법\'을 연상케 하는 \'전쟁준비법률\'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정세연
방문단의 이와나카 신지(남.55) 단장은 \"지난 6월에 통과된 유사법제는 평화헌법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고이즈미 정권의 무례한 행동을 한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활발한 연대활동을 통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었으면 한다\"며 방문 목적을 밝혔다.
쿠마모토현민의회 다나카 노부유키(남.52) 사무국장은 \"지난해 9월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고 납북됐던 일본인이 돌아오면서 일본인의 가해자 의식이 피해자 의식으로 전환됐다\"며 \"이번에 유사법제가 국회 90%의 찬성으로 통과된 것 역시 북한 배타주의가 강화된 영향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나카 사무국장은 이어 \"유사법제가 통과되자 일본에서는 작년보다 더욱 강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쿠마모토현 내 반전평화운동도 거세지고 있다\"며 \"향후 한국과 일본에서 유사법제 반대 홍보운동을 벌이고 한일 청소년 공동 역사수업 등을 통해 한일 연대활동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방문단은 18일까지 충남도를 비롯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 민주노동당 등을 방문한다.
한편, 쿠마모토현민의회와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와는 지난 1997년 일본 내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를 공동대응 한 것을 계기로 1999년 한일민간단체교류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한 이후 양국을 오가며 민간 역사 교류와 북한동포돕기, 청소년, 교사, 농민 교류 등 민간차원의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