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집회에 대한 편견
김제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대통령의 탄핵의 가결로 나라가 시끄럽다. 결과적으로 국회의원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이기보다는 또 다른 대통령 선거와 같은 형국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은 자신의 ‘재신임 문제와 총선결과를 연계’하겠다고 공언했고 탄핵을 강력히 밀어부친 야당의 대표는 ‘이번 총선은 친노냐 반노냐의 사생결단의 장’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국회의원 선거가 16대 국회의원 개개인의 의정활동과 각 정당에 대한 평가, 민생 현안에 대한 정책 대결의 장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모든 쟁점을 탄핵 정국이 이미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각 정당은 국회의원을 뽑는 행위보다 더 차원이 높은 상위의 정치적 판단을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지혜로운 국민들이 그 강요에 대해 승리하였지만 패배한자들을 양산할 것이라는 기대만 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을 가결시킨 의회 권력에 저항하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집회가 또 하나의 쟁점이 되고 있다. 촛불집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야간 집회임으로 불법이며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촛불집회와 그 정치적 효과에 대해서는 대통령 탄핵과 마찬가지로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이에 대한 논란은 접고자 한다.
그러나 촛불집회를 무조건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실상 헌맹(憲盲)으로 헌법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일이기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야간집회가 불허되어야한다는 분들은 헌법 21조 2항이 집회에 대해 허가제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아는지 묻고 싶다.
현행 집시법 10조는 해진 뒤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해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하는 경우에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는 단서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94년 4월 집시법 제10조 야간의 옥외집회시위 금지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헌법 제21조 2항에 집회에 대한 허가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점에 비춰 야간 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위헌 소지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그러나 단서 규정에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일정한 조건을 붙여 야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고, 이 단서에 따른 야간 집회의 허용 여부는 헌법 이념 및 조리상 관할 경찰관서장의 편의재량 사항이 아니고 기속재량 사항이라고 해석된다’고 판시한바 있다. 기속재량 행위라는 것은 행정청이 어떤 행위를 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 경우 반드시 일정한 행정행위를 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야간의 집회라할지라도 집시법이 정하고 있는 질서 유지인을 두고 평화적으로 개최되는 조건을 충족 시키는 집회라면 무조건 허용된다는 것이 헌법과 집시법의 취지인 셈이다. 따라서 그동안 야간이라면 집회를 무조건 금지해온 것은 사실상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운영하는 위헌적 행위 인 셈이다. 촛불집회에 대한 찬반은 있을 수 있지만 야간집회는 무조건 불법이라는 헌법에 대한 무지는, 야간 집회에 대한 편견은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