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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단체 성명논평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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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무엇이 문제기에- 김연명(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최근 불거진 국민연금 논란 원인은 자영업자에 대한 국민연금 보험료 부과, 징수체계의 구조적인 불합리성 때문이다. 서울 종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를 가정할 때, 그는 2003년 1년간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6개월에 한번씩 2번 부가가치세를 신고하고 이듬해인 2004년 5월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면 국세청에서 소득액이 확정된다. 확정된 A씨의 소득자료는 2004년 12월 연금관리공단으로 넘어온다. 그런데 국세청 소득자료가 실제 소득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공단은 음식점의 입지 조건, 종로지역 같은 업종의 평균소득, 식당 면적 등을 고려해 A씨의 소득을 추정한다. 공단은 A씨가 자진 신고한 소득을 기준으로 대략 2005년 4~5월에 공단이 추정한 A씨의 소득과 대조하여 보험료를 고지한다. 즉 2005년 중반에 공단이 A씨에게 부과한 보험료는 2003년의 소득이라서 A씨의 실제소득 발생과 보험료 부과 시점에서 2년 정도 시차가 발생한다. 구조적 불합리 불만야기 여기서 분쟁이 싹튼다. 가령 A씨가 2003년 11월에 폐업해 소득이 없거나 혹은 2004년에 경기가 안좋아 소득이 대폭 줄어도 공단은 2005년 시점에서 2003년 소득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한다. 당연히 A씨는 소득이 급감했는데도 왜 보험료가 똑같냐, 폐업했는데 왜 강제징수하느냐 등의 항의를 한다. 그러나 A씨가 이렇게 항의해도 국민연금이 국민에게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는 공단직원은 A씨가 소득이 있다고 믿기에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으면 계속 보험료 고지서를 보내고, 그래도 안되면 강제차압 문서를 보낸다. 양측이 이렇게 모두 자신은 정당하다고 보기 때문에 분쟁은 피할 길이 없다. 객관적인 소득자료의 확보가 불가능한 수백만명의 일용직이나 비정규직도 유사한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결국 지역가입자 1천만명이 잠재적인 불만상태에 있는 것이다. 해결책은 소득발생 시점과 보험료 부과 시점의 차이를 최대한 줄이고, 자영사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며, 일용직 및 비정규직을 최대한 직장 가입자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간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처럼 4대 사회보험료의 부과징수 기능을 영국, 미국, 스웨덴처럼 국세청으로 넘길 것을 다시 제안한다.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강화하고 부가가치세 납부 시점과 동시에 보험료를 부과하며, 일용직 근로자의 소득지급을 전산화시켜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고 직장 가입자의 전환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연금관리공단이 아닌, 바로 국세청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쟁점은 연금 수급권 제한이다. 연금 수급권자가 수백만명이 되면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례가 발생, 불합리한 법규정과 충돌이 생긴다. 상당히 일리있는 수급자의 민원도 불합리한 법규정이 즉각 개선되지 않는 현행 행정구조 때문에 해결이 안되고 있다. 법규정 개정 권한은 국회와 보건복지부에만 있다. 때문에 일반 시민이 국회의원이나 과장, 사무관 만나서 법 고쳐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복지부나 공단이 적극적으로 불합리한 사례를 발굴, 정리하여 제도를 개선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번처럼 사태가 심각해져야 부랴부랴 부당한 피해사례를 모아 법령을 고치려는 움직임이 생긴다. 사태가 잠잠해지면 피해자들만 골탕을 먹고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분노만 쌓여, 다시 어떤 계기가 생기면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즉각 개선하도록 시급히 행정시스템을 개편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번 기회에 민원창구인 공단과 복지부 사이에 민간인으로 구성된 특별기구나 옴부즈만같은 제도를 만들어 불합리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의 개정을 권고해 사회적 압력을 행사하는 장치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부과징수 국세청 이관을 합리적인 국민이라면 누구나 연금제도의 필요성을 공감할 것이다. 제도개혁에 대한 요구 역시 국민의 권리이다. 국민연금 폐지 주장은 일시적인 만족감은 줄망정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진정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웬만큼 국가형태를 갖춘 나라치고 연금제도 없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연금제도조차 없는 후진국으로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 * 이 글은 경향신문 2004년 5월 30일자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