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월 2일 역사적인 2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린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남북 정상이 한 자리에 만나게 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는 반세기 이상 한반도 주민들을 옥죄어 왔던 정전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안보환경의 변화를 바탕으로 남북이 한반도 평화논의를 주도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급진전시키는 분수령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에 우리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남-북 관계 개선 및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되어함 함을 주장한다.
제2차 정상회담의 진행 전 과정에 남북의 평화공존과 번영을 위한 공동 노력, 평화체계 구축을 위한 장단기 로드맵과 이후의 프로세스에 대한 예측 가능성 확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투명성, 시민사회를 포함한 사회 각계 각층의 참여성,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 상호 신뢰조치의 조속한 실행 등 남-북 정상회담 및 남-북 관계 개선의 원칙에 대한 상호 확인과 실행이라는 기본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원칙에 기초하여 주요한 의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하는 바이다.
첫째,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의 평화공존과 협력증대를 통해 한반도 평화공동체로 나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공동체는 사실상 통일로 진입하기 위해 남북의 공존공영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2000년 역사적인 6.15 선언 이래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은 한반도 긴장완화에 크게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지만 주변 정세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면서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남북협력의 범위와 질을 한층 확대해 남북이 공동으로 번영하는 상호의존과 호혜의 평화공동체로 전환되어야 한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낡고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법제들도 과감히 폐기될 필요가 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평화를 지향하는 통일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남북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의지가 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남북이 대외적으로 일정한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을 넘어 동북아 평화협력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남북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정전체제의 종결과 평화체제로의 이행 의지를 대내외에 확인하고, 공동의 번영과 발전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책과 동북아 평화협력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내는 평화선언의 결실을 달성해야 한다. 또한 향후 평화체계 구축을 위한 정상회담의 정례화와 남북 상호 대표부의 신설 등을 구체적인 실천과제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한반도 평화증진을 위한 군사 분야의 협력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초보적인 군사적 신뢰조치를 이행하고 향후 본격적인 한반도 군축을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우리는 남북 정상이 북한의 핵 폐기에만 만족하지 않고 한반도가 근원적으로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검토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군사적 신뢰조치를 통해 서로를 겨냥했던 공격적인 군사태세를 거두고, 나아가 한반도 군축을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남북간의 군사적 대결이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불러왔고 그것이 도리어 한반도 주민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협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제부터 과도하게 집중된 군사력을 줄여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시도 없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우선 남북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초보적인 군사적 신뢰조치를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한반도 평화는 커다란 진전을 이룰 수 있다.
특히 우리는 서해상의 평화정착을 위해 NLL 갈등을 해결하고 군사이동의 통보, DMZ의 평화적 이용 그리고 공격적 무기의 단계적 감축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설치에 합의하기를 기대한다. 남북이 군사적 신뢰 구축과 나아가 군비통제에 나서게 된다면 그것은 한반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이 대외적 자율성을 획득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셋째,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그것이 지속가능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지향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과의 경협은 그 폭과 속도가 대폭 확대되어야 하며, 경제개발을 위한 기본토대로서 에너지와 인프라가 시급히 제공되어야 한다.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 속에서 필요하다면 국제금융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데도 힘써야 한다.
이는 한반도의 균형있는 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식이 북한의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어서는 결코 안된다. 우리가 일찌기 경험했듯이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는 그 자체로 자연재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복구비용도 한반도 주민 모두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 상호간의 지속가능한 경제협력 확대 원칙의 확인과 이를 위한 상설 협력 기구의 신설 등에 대해 논의하여야 한다. 또한 확대되는 남북 협력이 한반도 자연생태에 끼칠 수 있는 위해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환경협력의 원칙과 방향을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하여야 한다. 최근 논의되는 남북 협력사업(한강하구 준설 등)에서도 남북 간 국토 환경보전 및 공동 연구에 대한 논의가 선행적으로 진행하여, 한반도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전하고 동시에 북한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원칙과 기준이 세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국민적 토론과 의견 수렴 하에 투명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정상회담 의제설정뿐만 아니라 후속조치에 대해 정부는 시민사회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초당적 협력과 합의를 모으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주민의 안위와 미래를 가늠하는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정상회담 자체가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거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정상회담의 결실 못지않게 국민적 동의기반을 구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정상회담 이후 정상회담 내용의 구체적 실천을 위한 장단기 세부적 계획이 함께 제출되어 정상회담의 성과가 현실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