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위원장 최상철 내정 관련 성명
실용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 2개월 만에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며 깊은 불신과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18대 총선이 끝나면서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정권의 실체를 보면 아연할 따름이다.
특히 신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 최상철씨를 내정한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현 정권에 대한 우려와 실체를 단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마치 지난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을 무조건 부정하는 역발상과 역주행만이 차별성이며 능사인 것처럼 비쳐지는 대표적 사례다.
그동안 지방으로부터 호응을 받아온 ‘국가균형발전정책’은 노무현 정부를 특징짓고 있었는데, 수도권규제 및 혁신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이를 앞장서 비난하거나 극구 부정해온 당사자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수장자리에 앉히겠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최상철 명예교수는 이석연 법제처장과 더불어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과 헌법소원을 주도한 대표적 인물이다. 또한 대수도론과 수도권규제완화에 몰두하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만든‘경기선진화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도 있다. 그는 ‘수도권보다 더 발전한 곳이 충청권’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드러내고도 있다. 그가 앞장서게 될 현 정부의 ‘5+2’로 상징되는 광역경제권 개발계획은 ‘수도권규제완화’를 전제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청와대의 이 같은 인사포석은 결코 균형발전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면 수정하거나 폐기하겠다는 노골적인 저의나 다름없다. 이는 곧 비수도권지역, 특히 충청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18대 총선결과 충청권 총 24석 중 1자리에 그친 것에 대한 집권 한나라당의 정치적 보복의 의도로도 보인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작 지방권력의 정점에 있는 충청권 3개 시도지사 대응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파적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의 덫에 갇혀 짐짓 변죽만 울려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아스럽고 유감이다. 그동안에도 수도권규제 문제와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여러 우려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으나 그들에게서 신뢰할 만한 수준의 분명하고 구체적인 대응이나 각오를 접할 수 없었다.
세종시설치법률안은 연기군민까지 찬성하였고, ‘행정도시’ 추진의 법적 안전장치라는 부수적 기능까지도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충남도가 극구 반대하여 무산된 것은 현 정부로 하여금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축소나 왜곡’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소탐대실의 우를 범한 처사라고밖에 더는 볼 수 없다. 여기에 대전․충북의 시도지사가 일정하게 동조하였음은 물론이다. 지방권력 과․독점의 한계를 고스란히 반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또한 지난 정권 시기 여러 지역 현안들에 곧잘 ‘충청권홀대론’과 ‘도지사직’을 건다며 각을 세워왔다. 말기에는 국방대학 이전에도 전력투구하며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였고, 현 정권 출현에 맞춰서는 ‘충청권홀대론’의 해소를 선언하기도 한 장본인이다. 당연히 지나치게 정략적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처럼 균형발전정책과 행정도시의 근간을 허물 수 있는 상황전개를 중대한 ‘사태’로 규정하면서 우선 충청권 3개 시도지사에게 엄중히 묻고, 요구하고자 한다.
● 현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규제문제를 비롯한 지역균형발전정책 구상의 실체와 전망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라!
● 정파적 입장과 지역의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행정중심복합도시 지속 추진의 방안과 각오는 무엇인가!
● 최상철 씨의 신임국가균형발전위원장 내정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대응을 밝혀라!
● 현 사태에도 불구하고 ‘충청권홀대론’이 극복되었다고 보는지 이완구 지사는 답하라!
이제야말로 시도지사의 직을 걸고 신임 균형발전위원장 임명의 저지는 물론, 지역균형발전과 행정도시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위해 충청권 3개시도지사가 그 직분을 다할 것임을 선언할 때다.
일말의 희망적 기대로 지켜보고자 한다.
2008년 4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