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대한통운 택배노동자 78명에 대한 원직복직과 생존권 보장, 노조탄압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4월 말 서른 여덟 살 된 화물노동자 박종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한 달을 넘기고 있다. 가슴 아프게도 고 박종태 열사 유족들은 아직까지도 중앙병원 영안실에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동료 조합원들은 매일 대한통운 앞에서 촛불을 들고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대전지역에서 일어난 사안인 만큼 지난 5월 초 우리는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대한통운의 해고노동자 78명에 대한 원직복직 등 성의있는 자세와 정부의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강력하게 촉구한바 있다. 하지만, 한 달을 넘어서고 있는 이 시점까지도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할 대한통운은 최소한의 기업윤리 조차도 보여주지 못한 채 모든 것을 부인하고 당사자의 책임으로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 이에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등은 이번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간절한 심정으로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은 명백한 타살이다. 그를 죽음 이외에 아무 것도 선택 할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몰아 넣은 것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외면한 정부와 거대 자본이다.
스스로 특별하지 않은 사람임을 강조했던 고 박종태 열사는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된 동료들의 원직복직을 주장하고, 생존권 보장과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했지만, 대한통운은 최소한의 대화와 협상은커녕 탄압으로 일관했다. 회사와 대화다운 대화조차 해보지 못한 78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맨 몸 하나로 저항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음에도 경찰이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은 극단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고 박종태 열사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회사의 외면, 경찰의 탄압에 맞서 온몸을 내 던져 항거한 것이다.
야박하게도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 이후에도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최소한의 예의와 대책을 기대했던 대한통운은 사태 보름이 지나서도 일언반구의 입장 표명이 없다가, 지난 16일 노동자대회 이후 사회적으로 논란이 뜨겁게 일자, 겨우 일간지 광고를 통해 그의 죽음과 대한통운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만할 뿐 해고자 78명에 대한 본질적인 대화는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었듯이 고 박종태 열사도 그 누구보다도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기 것처럼 여기고, 해고된 78명의 생계를 걱정하며 자기 목숨까지 내 놓은 사람이다.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오직 동지들을 위해 살다간 바보 노동자이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4대보험 혜택조차 없어 죽음으로 요구해야만 하는 노동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특수고용노동자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보호가 절실한 그들을 껴안기는커녕 지난 2년 동안 그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운수노조와 건설노조에 대해 노동조합 설립취소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국회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10여 년 간 5개의 특수고용노동자보호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던 것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직무를 유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고용형태와는 상관없이 노동기본권은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정부와 국회는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200만에 가까운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은 고 박종태 열사가 시신으로 발견된 지 한 달째 되는 날이다. 다시는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생겨나지 않도록 정부는 반노조 정책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처지를 악화시킬 것이 아니라 4대보험 적용 및 노동기본권보장 등의 노동자 권리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이를 계기로 특수고용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업무관리를 받고 있음이 분명하고, 노무제공을 대가로 생활하는 실질적인 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노동자가 희망이 없어서 삶을 포기하는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할 것이다.
관련업종 1위를 자부하는 대한통운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고 박종태 열사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어떠한 조건없이 78명 해고노동자 전원에 대해 원직복직시키고 화물연대를 인정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따라서 우리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을 다시 한 번 밝히면서, 장기화 되고 있는 대한통운이 사태해결에 즉각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 대한통운은 고 박종태 열사 관련하여 사과하고, 집단해고시킨 노동자에 대해 원직복직 시키고 화물연대를 인정하라!
-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6월 임시국회 중에 노동기본권 보장 등의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법을 즉각 제정하라!
2009년 6월 3일
대전지역 시민사회,통일,노동,종교,정당 등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