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대전지역 보건의료인으로서, 현 시국이 매우 엄중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국민 건강과 민주주의 역시 심각한 위협에 빠졌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인간의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듯, 한 나라의 정치 상황과 국민 건강도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현 정부 들어서 용산에서는 다섯 명의 철거민이 농성 하루 만에 주검으로 변하고, 운수노동자 박종태씨는 30원 인상 약속을 사측이 지키지 않아 목을 맸다. 전직 대통령이 정치보복과 민주주의 후퇴에 온몸을 내던지는 투신으로써 저항했다. 500만명이 넘는 국민이 노전대통령 서거를 조문하며 가슴 아파했다.
이러한 모든 비극에 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이명박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어떤 위로도 하지 않는다. 국민과의 소통은 거부한 채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시민 분향소는 군화발로 짓밟고, 집회의 자유는 틀어막는다. 노전대통령 서거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들은 아직도 현직에 있고, 집권여당 내부에서조차 강력하게 요구하는 내각개편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고 누구 말이라면 들을 것인가.
우리는 작년 촛불 정국에서도 의사 표현을 자제하며 이명박 정부가 국가 발전과 국민 건강권 보호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하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병원과 의료인을 돈벌이로 내몰 영리의료법인 허가 문제나, 우리 국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진 건강보험의 근간을 뒤흔들 민간 건강보험 확대가 현 정부의 기본 보건의료정책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정책은 결과적으로 의료시장을 자본에게 넘겨주고 국민건강권을 뿌리부터 흔드는 중대한 문제이다. 따라서 시민 건강을 수호하는 보건의료인이자,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인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다음 사항을 수용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반민중적이며 부자계층만을 위한 모든 정책과 악법을 철폐하라.
하나,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정부 시책만을 강조하는 국정방향을 쇄신하여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공안통치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노전대통령을 투신으로 내몬 책임이 있는 법무부장관, 중수부장을 파면하고, 검찰과 언론의 잘못된 관행과 보도행태를 규제할 방안을 즉각 마련하라.
하나,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모든 신자유주의적 보건정책과 입법안을 즉각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