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6일 대전광역시의회는 「지방자치권 침해하고 지역복지 죽이는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철회 촉구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건의안은 자치단체 예산으로 진행하는 대전의 복지사업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저항하고 지역복지를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높이 평가할만 한다. 문제는 부족한 복지예산을 지키는데 앞장서야 할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건의안에 전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의장이 건의안을 발의하자 박희진 의원(대덕1/오정동,대화동,법1․2동)이 반대의사를 밝혔다. 정치인이 본인의 의사를 밝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시의원이라면 적어도 건의안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밝혀야한다. 건의안을 당일 처음 본 것도 아니고 이미 10일 전에 박희진 의원이 속한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이 대표발의해서 회람한 것임에도 정작 본회의에서 반대의사만 밝힌 채 퇴장했다.
결국 1시간 가까이 정회를 거친 후 박희진 의원이 그제서야 반대이유를 밝혔다. “(정부의 정비 방안은)한정된 예산으로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복지예산을 줄이고 효율적인 예산집행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며 \"지방복지를 죽이는 것이 아닌 효율적 재정운용을 위한 것\"라는 것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복지예산 중 90%가 정부정책에 따라 정부예산과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매칭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자체예산으로 하는 사업은 8%수준으로 매년 낮아지고 있음에도 자체사업만 가지고 효율적인 예산집행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무엇보다 정부예산이 부족해 지방자치단체가 보충의 의미로 복지예산을 지출하는 것을 비효율이라 생각하는 분이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이란게 안타까울 뿐이다.
무엇보다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은 정부예산도 아닌 대전시예산으로 진행하는 복지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11월 말부터 박희진 의원이 속한 복지환경위원회에서 복지와 관련한 예산을 심의할텐데 어차피 정부가 정한대로 예산을 책정한다면 예산을 심의할 이유가 없지않은가.
보다못한 건의안 대표발의자인 조원휘 의원이 이미 간담회 등을 통해 사회보장사업정비방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논의했고 자료도 봤는데 내용을 숙지하고 반대하는 것인지 물어보는 촌극이 벌어졌다. 결국 건의안은 표결로 진행되어 새누리당 의원 6인 전원(안필응, 박희진, 윤진근, 김경시, 심현영, 최선희)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16대 6으로 통과되었다.
안필응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의 행태도 문제다. 지난 10월 28일 지역복지수호대전공동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사회보장사업정비사업의 문제점에 동의하며 “마음으로는 예산을 더 증액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적어도 기존 예산이 삭감되는 일은 없도록 앞장서서 노력하겠다”라고 했지만 건의안에는 반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태는 지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후 당내에서 집중포화를 맞은 후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정부나 당의 정책에 무조건 동의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국정화반대결의안과 성격이 다르다. 사회보장사업 정비는 정치사안이 아닌 주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고 결국 지역복지가 축소되어 주민이 직접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뽑아준 주민들을 외면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를 규탄한다.
우리는 오는 11월 9일부터 시작하는 행정사무감사모니터링과 예산심의에서도 대전광역시의회 의원들이 사회보장사업정비에 찬성하며 대전시민의 복지를 축소하는데 앞장 서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15년 11월 6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복지․인권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