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유족들의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동구청을 규탄한다.
독립적 국가기관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해부터 민간인 집단희생지 현장에 유해 훼손 등을 막기 위해 현장에 \'집단희생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안내판 설치를 희망할 경우 설치비 등 사업비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동구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역주민들의 정서 및 여론이 부정적’이란 이유로 설치신청을 하지 않았다.
대전 동구청은 지난 해 안내판 설치를 외면하다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안내판을 설치하겠다고 약속 했었다. 실제 현장에는 수 십년째 유골이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구청은 올해에도 유족들의 당연한 요구를 또다시 외면했다. 동구청 담당자는 해당지역 여론이 좋지 않아 안내판을 설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해당지역 토지소유주와 동장, 통장 등으로부터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의 의견이 전체 지역여론으로 둔갑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안내판 설치가 단순한 유족들의 민원이 아닌 아픈 과거사에 대해 국가가 잘못을 시인하고 화해를 통해 국민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공공사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동구청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국민통합을 하자는 것이 아닌 시민 간 불화와 분열을 조장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유가족들이 민원의 소지를 줄이고 자 사유지를 피해 하천 부지 등 국유지 등에 설치해도 무방하다고 제의했음에도 동구청 측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대전 산내 민간인학살사건은 우리 민족 모두가 보듬어 안아야 할 역사적 아픔이다.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야말로 관할 지자체의 역할이다. 안내판 설치는 억울한 희생으로 눈물로 살아온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예의라 할 수 있다.
대전 동구청의 몰인정한 ‘외면’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유족들은 지난 2000년부터 사건 현장에서 매년 열고 있는 희생자 위령제에 동구청장의 추도사를 요청했지만 10년째 이를 외면해왔다. 쓰레기처럼 유골이 나뒹굴고 있지만 동구청은 이를 못본 척, 모르는 척 딴청만 부리고 있다.
이 같은 관할 동구청의 행태는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이다. 단순히 유족만의 문제를 넘어 지역의 아픔을 보듬지 못하는 행태는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이에 대전민간인희생자대책회의는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동구청은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고 유족들 앞에 사죄하라.
하나. 동구청은 사건 현장이 훼손을 막기 위한 임시조치로 안내판을 즉각 설치하라.
2010년 4월 27일
대전민간인희생자대책회의
문의 : 김정동 팀장(042-331-0092, myblue9@hanmail.net)
* 참여자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6-11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