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통합특별법, 당론 아닌 소신투표 사항
내가 만든 법을 내가 반대해야 하나?
[주장] 민간인희생진상규명법안, 색깔론 당론 아닌 소신투표 사항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지난 27일 전국의 전파와 지면을 통해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을 두 번 죽이고 다시 한번 색깔론으로 총선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처음으로 여과없이 드러냈다.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6·25전쟁휴전이전민간인희생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등에관한법률안(대안)\'(이하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법)에 대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이 가결되자, 홍사덕 원내총무는 심사보고를 하는 도중 한나라당 의원들을 몰고 나와 이른바 의원총회를 했다.
이날 의총에서 홍 총무의 발언 요지를 종합하면, 지금까지는 잘 몰랐는데 민간인희생사건이 △밝히고 어렵고 △보수단체들이 반대하고 △북한 자료를 검토할 수 없어 국군의 학살만 드러내기 때문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강두 정책위 의장은 \"이 법이 통과되면 한나라당에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의원들을 협박하고 최병렬 대표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에서도 보이듯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제 시대에 적응하여 국민적인 지지를 얻으려는 합리적인 보수파 의원들이 나오고 있고, 구태정치와 색깔론으로 다시 총선에서 이겨 보려는 지도부는 소수의\'극우보수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위상으로 옮겨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최근 위기는 부정부패와 구태정치를 청산하지 못한 데서 온다. 적어도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보수의 자세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여론으로 먹고 사는 공당의 책무다. 이른바 색깔론 지도부 트리오가 주창하는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해야 한다\"의 논리는 얼토당토 않은 궤변이다.
왜냐하면 최병렬 대표와 이강두 정책위 의장은 한 번도 논리적으로 이것이 제정되면 안되는 이유를 말한 적이 없으며, 있다면 홍사덕 총무가 그 문제의 의총장에서 한 발언뿐이다. 이것은 보수단체들이 지난 2월 6일 발표한 \"대한민국 허물기 법인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병법을 반대한다\"는 성명의 내용과 단 일 점, 일 획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주장을 하려면 상식에 맞아야 한다. 과거에 묻힌 진상을 밝히는 일은 어렵고도 힘들다. 따라서 국가만이 문제의 실체를 밝힐 수 있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북한의 학살은 조사가 안된다고 하는데 이것도 말이 안된다.
전시 상황에서 아군이 적군의 만행을 소상하게 조사하고 자료를 갖고 있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나라는 전시 상황에서 가만히 있었는가? 왜 조사를 하면 인민군에 의한 학살을 더 잘 밝힐 수 없다는 말인가?
민간인 학살 문제를 이렇게 남, 북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바라보는 색깔론으로 한나라당은 지금 민간인 피학살자 유족들의 50년간 피멍든 가슴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 의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거창의 신원면 사건\'만\'은 \'보상\'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측 주장으로 전국에 유사한 민간인 희생사건이 60여개나 된다는 \'노근리\'법이 2월 13일 국회를 통과하도록 주도한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은 어디 있는가?
신영국 의원(한나라당, 경북 문경·예천)은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소신 때문에 본회의 입장을 저지당했다. 또한 김덕룡, 이재오 의원도 국민의 아픔을 당리 당략적으로 이용하는 지도부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자유투표를 요구했다.
색깔론 지도부들은 한나라당을 더욱 미궁으로 빠지게 만들고 있다. 이상배(경북 상주) 의원, 김용학(강원 영월 평창) 의원, 윤한도(경남 의령 함안) 의원, 조웅규(비례대표) 의원, 이근진(경기 고양덕양을) 의원은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당의 결정 때문에 소신투표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였다. 차라리 그런 몰상식을 드러낼 바에야 표결에 참가하지 말고 회의장 밖에 있는 게 나았다.
과거사특위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킬 때 있었던 강인섭 의원과 서상섭 의원은 적어도 기권과 표결 불참을 선택했다. 적어도 양심은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2일 법사위 전체회의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통과시킨 김용균 의원과 최병국 의원은 법안의 체계에는 문제없다면서도 어떻게 반대할 수 있는가?
이날 의사일정변경 동의안 표결시 찬성표를 던진 한나라당 신영국 의원과 전재희 의원의 소신 투표는 돋보인다. 전재희 의원은 \"과거의 사실을 감춘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밝혀야 하고 또 그 당시의 특수성은 특수 상황 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법\'은 한나라당 3역이 색깔론을 제기할 수 있는 최대 근거라는 점에서 이 법의 제정 여부로 한나라당이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여 새로운 개혁에 동참하느냐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빨갱이 논쟁을 계속하느냐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미 국회는 민간인희생 진상규명과 관련해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1960년 4대 제35회 국회는 거창·함양·산청 등지의 양민학살사건 진상조사에 관한 건(1960.5.23), 통영·남원·문경지구 양민학살사건 조사에 관한 건(1960.5.23), 양민학살사건 진상조사에 관한 건(1960.5.23)을 의결하고 \'양민학살사건 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를 구성, 경남·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진상조사 후 1960년 6월 21일 양민학살사건에 관한 건의안(1960.6.21)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바 있다.
당을 개혁하고자 하는 소장파 의원들은 당론으로 포장된 구태정치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50여년의 유족들의 염원을 풀 수 있도록 소신투표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한나라당 다수 의원들의 찬성으로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법을 즉각 제정하라.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의사일정변경동의안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 투표 분석>
\"색깔론! O.K\" - 반대자
6.25전후민간인희생사건과 관련하여 국회에는 총 114개의 청원이 올라있고, 2001년 16대 국회가 개회한 직후부터 총 4개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들은 대표 발의자 외에도 각 당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공동발의하여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과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중 27일 당론에 따라 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한나라당 김용학(강원 영월 평창), 윤한도(경남 을영 함안), 이상배(경북 상주), 조웅규(비례), 이근진(경기 고양덕양을)의원은 모두 6.25전후민간인희생사건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이다.
그 중 이상배 의원은 이날 동의안의 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가세하며 명언을 남겼다. \"흙탕물에 발을 담그려면 확실하게 담가야 한다\" 이 정도면 이상배 의원도 당론이 흙탕물임을 아는 건데,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이상배 의원의 해석이다.
김덕룡 의원이 거창, 제주처럼 개별입법이 다 됐는데 왜 이 법만 반대하는 거냐고 묻자 \"의원님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제주 4·3항쟁 같은 것은 지역 단위 법안이고, 이 법안은 일반법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답했는데 정작 이상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사건진상규명및피해자명예회복등에관한법률안\' 일명 \'전국 통합특별법\'이다.
또한 이근진 의원은 고양 금정굴 학살 사건이 있는 지역구 의원이다. 금정굴 학살은 이미 지자체에서 금정굴 발굴조사 용역비까지 편성되어 실체가 인정되었으나 국회에서 그보다 우선되는 진상규명에 대한 근거법을 제정하는 것을 해당 지역구 의원만이 막고 있는 희안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법안발의를 하고도 동의안을 반대한 의원들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발의에 참여한 것을 잊었거나 어떠한 당론이라도 무조건 따르는 무책임한 의원들이라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색깔론은 아닌데..\" - 기권자
그렇다면 동의안에 기권한 의원들은 누구인가? 소위 소장파 핵심으로 불리는 원희룡, 오세훈 의원과 과거사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강인섭 의원이 있다.
강인섭 의원의 경우는 민간인희생진상규명법안이 과거사특위 대안으로 나와 있는 만큼 의장직권상정요청 및 동의안 제출에 연명했고 유족들에게도 거듭 최선을 다하겠다고 확약한 바 있으나 용기가 없어 당론을 거부하지는 못하고 기권해 버린 경우라 할 것이다.
그러나 당내 개혁을 주창하며 \'낡은 보수이념의 청산, 5,6공 퇴장\'을 부르짖는 이 의원들의 소심한 선택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당론에 따르지 않은 것은 다행이나 뉴한나라당을 주창하는 의원들이 \'당론\'이라는 방패 뒤에서 국민의 지탄을 피해 홀로 살아남겠다는 의도는 아닌 지 당 안팎으로 의심을 살 만 하다.
찬성의원(7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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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원(6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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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권의원(9인)
강인섭 맹형규 박관용 박종희 신현태 오세훈 원희룡 이재오 전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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