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사회진보연대
발행: 전국민중연대(준)
질문 /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변 / 무엇보다도 1990년대 이후 변화된 미국의 세계전략을 이해해야 합니다. 냉전질서의 해소와 걸프전쟁이라는 두 가지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군사·전략적 사고는 세계적인 군사주의의 새로운 유형을 창조했습니다. 즉 냉전질서의 해소는 더 이상 미국에 필적할만한 강력한 경쟁자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제 미국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들을 마련해야 했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유럽연합이나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있는 러시아와 중국 등 잠재적인 경쟁자들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경제-군사적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한 다각도의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가령 미사일방어체계(MD)는 직접적으로는 북한, 이라크, 이란 등의 지역강국들의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하고, 나아가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 \'미래의 적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자국의 이익과 안보에 잠재적으로 위협이 되는 세력에게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먼저 공격하겠다는 의미에서 \'예방전쟁\'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미국은 이러한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질서를 세우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911 테러에서 증명되었듯이 중동지역에서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축으로 하는 잠재적인 반미동맹의 형성은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함으로써 중동 지역 내에서 잠재적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목표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이라크에 친미적인 정권을 수립하여 중동 지역 내에서의 반미정서를 관리하고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세력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을 견제하여, 자신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확고히 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미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질서는 세계화의 안정적인 조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1970년대 이후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인 세계화는 무엇보다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윤창출을 위한 조건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세계적 수준에서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다수 민중들의 노동과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세계 곳곳에서 고통과 증오, 불만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미국과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세력들은 특히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지역-중동, 동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에 대한 정치-군사적 장악력을 강화하여, 이러한 증오가 자신들에게 향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중동 지역의 경우, 석유라는 전략적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요 국가들과 거대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지역입니다. 때문에 지역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세계 열강들의 끊임없는 개입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들은 지역을 자신의 이해에 따라 분할하여 관리하고 지역 내에서 자신의 이해에 반대하는 세력이 형성되지 않도록 종족적-종파적 갈등을 활용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은 지역의 종속의 심화, 국가 간 일국 내의 불평등의 심화를 불러왔고 지역 민중들의 저항에 부딪혀 왔습니다. 지금의 미국 역시 중동 지역 내에서의 자신의 정치-군사적 장악력을 강화하고,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라크를 점령하여 이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막대한 석유자원을 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달러 헤게모니를 강화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지요. 또, 미국에 중심으로 두고 있는 거대 군사기업에게 돌아갈 막대한 이익도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우리나라 1년 예산에 버금가는 1천억달러(1백25조원)정도의 천문학적 군비를 투입한다고 하는데, 이번 전쟁에서 소비된 무기를 또다시 구매하는 데에는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것입니다.
석유와 달러,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만을 위한 세계화를 추동하고 이에 대한 저항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군사적·패권적 질서의 수립, 이것이 미국 정부가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려는 진정한 이유입니다.
* 참여자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6-11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