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회의 개최를 통한 장단점 도출보다
노면방식에 대한 연구용역이 우선이다.
대전시가 지난 20일,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과 기종을 선정하기 위한 전문가회의를 개최했다. 대전시는 전문가회의를 통해 고가방식과 노면방식의 장단점에 대해 정리해서 300인 원탁회의를 거쳐 10월 말까지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과 기종을 최종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전시가 추진하는 전문가회의방식 및 시민여론 결정 방식은 문제가 많다. 전문가회의방식이라는 것이 고가방식과 노면방식을 주장하는 전문가가 각각 6명씩 참석하여 각 방식의 장단점을 정리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이미 민선5기에 운영했던 민관정위원회와 다를 바 하나 없는 잘못된 방식이다.
권선택 시장도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선5기에서 결정한 지상고가방식의 도시철도 2호선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노면방식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백지상태에서 검토하겠다는 것은 공약의 신뢰문제와 연결된다. 따라서 최소한 각종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제시한 노면철과 민선5기에서 결정한 지상고가방식이 충돌하는 만큼,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여 시민들에게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추가로 합리적 대안이라 함은 민선5기의 민관정위원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방식이 아니라, 민선5기에서 추진했던 결정과정의 문제점을 우선 진단하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한 후 시민적 합의를 통해 결정토록 하면 될 일이다.
지난 민선5기에 결정했던 지상고가방식의 도시철도 2호선 정책결정 방식은 기종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는 물론 합리적인 재원조달 계획 없이 지상고가방식을 염두에 두고 대전 대중교통의 백년지대계가 될 정책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급하게 결정한데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따라서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합리적 결정을 위해서는 먼저 지난 민선5기에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던 우리지역의 특성에 맞는 기종별 수요분석, 노면, 고가 등 기종별 환승편의 비교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고가방식의 도시철도가 막대한 환승불편으로 인해 부산의 경우 지하철 수요의 절반도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의정부, 용인, 김해 경전철도 애초 수요예측의 30%도 나오지 않는 현실을 누차에 걸쳐서 지적하며 기종별 환승편의비교 분석 및 수요분석을 요구했으나 그동안 대전시는 묵묵부답으로 외면한바 있다.
둘째, 무엇보다 고가방식에 대해 시민들은 경관훼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는데, 지난 민선5기 대전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지 않은 채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문제가 덜 되는 곳에 대전시민들을 안내하고 고위관계자의 자화자찬식 설명만 듣고 지상고가방식이 괜찮다는 여론몰이는 결코 합리적 여론수렴 방식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고가 이외의 방식에 대한 검증과정 없이 전문가회의만으로 고가와 노면방식의 장단점을 도출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셋째, 대전시는 도시철도 2호선 건설비용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적 동의과정을 밟아야 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호남선의 광역철도망 사업과 같은 시기에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막대한 재정부담이 불가피한데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검토된 1조 3,617원을 건설비용으로 제시하면서 정확한 건설비용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 인천 등 타 지역에서 이미 추진된 지상고가방식의 경전철 건설비용을 고려하면 km당 650억원, 총 1조 8,590억원으로 광역철도망 사업비 2,527억원의 사업비를 포함하면, 2조 1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건설비가 예상되고 순수한 시비만도 1조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자칫하면 대전시의 재정난을 부채질 하는 것은 물론, 복지 등 타 분야 재정운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시민적 동의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의 건설방식과 기종을 합리적으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수요, 경관, 기술적 요인, 재정문제 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연구용역을 수행하여 제대로 된 정보를 제시한 후에 전문가 검토는 물론 시민적 합의과정을 밟아 갈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대전시의 계획대로 10월말까지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과 기종을 결정하게 된다면 어느 방식으로 결정되더라도 불완전한 정보에 의한 의사결정이라는 민선5기의 문제를 되풀이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권선택 시장이 도시철도 2호선을 노면방식으로 건설하겠다는 후보시절의 공약이 후퇴되거나 철회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울러 제대로 된 검토과정 없이 두 달여 만에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은 지난 민선5기 민관정위원회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정낭비 행위이다. 따라서 우리는 권선택 시장이 도시철도 2호선과 관련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타당성 검토는 물론 추진기구를 구성하고, 다른 지자체와 힘을 합쳐 합리적 기준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일각에서 사업타당성 검증 요구에 대해 지역건설경기 활성화 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절차를 고치고 제대로 된 사업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 기본적인 검토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는 것은 부실검증에 대한 비난은 물론, 향후 적자철로 인한 심각한 시민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제대로 된 엄격한 검증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한다.
2014년 8월 25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