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은 오늘 학교법인 대성학원의 교사 채용비리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검찰은 석 달 동안의 고강도 수사를 통해,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학교법인 대성학원의 ‘채용 장사’ 의혹을 규명하는 데 상당 부분 성공하였다.
비리의 몸통인 안이사 부부를 배임수재 및 업무방해,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등 총 4명을 구속하였고, 법인 이사장인 김신옥씨도 금품수수 죄를 물어 불구속기소 처분하였다. 검찰은 그 외에도 면접위원으로서 금품을 수수한 현직교장 1명, 시험문제를 유출한 출제교사 3명, 부정채용 교사 15명, 금품공여 교사의 가족 2명, 브로커 1명 등 총 25명을 기소함으로써,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 비리를 적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가 오로지 신규교사 채용비리에만 국한되었다는 점은, 사학비리 척결을 간절히 바란 지역 교육계와 대전 시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애초 검찰은 승진인사 비리와 공사비 횡령,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힌 바 있으나, 수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 의지는 봄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검찰은 오늘 브리핑에서 “사립학교 교원 임용절차의 공정성이나 투명성을 저해하는 각종 위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는 립서비스일 뿐 승진인사 비리, 공사비 횡령, 비자금 조성, 권력형 게이트, 타 사학법인 인사비리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의 추상같은 의지는 다 어디로 갔는가? 문무일 지검장은 ‘성완종 게이트’ 부실수사의 전철을 되밟아 또 다시 용두사미로 막을 내리려 하는가? 전교조대전지부와 대전교육공공성연대가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진정한 사안만 해도 YMT 비자금 조성 의혹, 권력자의 자녀 부정채용 의혹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검찰은 왜 ‘몸통의 수족’인 승진인사 비리 대상자는 건드리지 않고, ‘힘없는 깃털’인 평교사들만 집중적으로 수사했는지, 마땅히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검찰은 “수사 인력의 부족과 특정 학교법인에 대한 집중포화가 지역 교육계에 미치는 파장 등의 문제로 확전을 벌이기 어려웠다”며 “추가 의혹에 대해서는 다시 살피겠다”고 해명하였다. 하지만 이런 검찰의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1라운드 수사가 마무리 되었으니 기존 수사 인력을 재정비해 2라운드 수사에 나서면 될 일이다. 특정 학원에 대한 집중 수사가 학생 및 학부모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신규 채용비리 수사도 일찌감치 적당한 선에서 덮었어야 옳다. 게다가 ‘추가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은 이미 접수된 바 있다.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파헤칠 수 있는 문제이다.
신규교사 채용 비리가 중요치 않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기소된 자들의 죄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주고 교직을 산 부도덕한 교사들의 배후에는 교장․교감 승진인사 비리에 연루된 자들이 있다. 브로커 역할을 자임하거나 심지어 ‘배달 사고’까지 일으킨 자들도 여럿 존재한다. 그들을 수사하지 않고 평교사들만 희생양 삼아 단죄하는 것은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꼬리 자르기’에 다름 아니다. 대성학원 내부에서조차 “왜, 승진인사 비리는 조사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은 “투망을 쳐서 잡은 물고기 가운데 성어는 놔 주고 치어만 잡아들인 격”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하건대, 검찰은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말고 승진인사 비리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교육경력이 수십 년에 이르는 ‘그들’을 철저하게 수사하면 공사비 횡령, 비자금 조성, 교육당국과의 유착 등 권력형 비리 의혹 규명은 예상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줄기를 캐다 보면 자연스럽게 뿌리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성학원 비리 수사는 지역의 토착 사학비리를 척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검찰이 여기서 물러나면, 내성을 키운 부패사학은 더욱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뿌리를 뻗을 것이다. 그런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검찰이 사명의식을 갖고 비리를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우리 대전교육공공성연대는 향후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검찰이 대성학원의 승진인사 비리와 권력형 게이트를 반드시 수사하도록 청원하는 운동을 벌이는 한편, 다른 사학법인에 폭넓게 존재하는 인사비리를 찾아내 검찰에 고발할 것이다. 또한, 사학비리를 방치하고 키운 교육당국의 책임을 묻고, 감사 및 사립 신규교원 임용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도록 교육당국에 적극 요구할 것이다.
2015년 8월 5일
성역 없는 수사 촉구와 사학비리 척결을 위한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전교육연구소, 대전기독청년회(대전YMCA), 대전독립영화협회, 대전동구청소년자활관(쉼터), 대전민예총, 대전민중의힘, 대전시민아카데미,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 대전작가회의,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전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대전충남생명의숲, 대전학부모연대, 대전환경운동연합, 마당극단‘좋다’, 마당극패‘우금치’,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대전충남세종지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대전지부, 참교육학부모회대전지부,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청춘’ (이상 총 27개 단체,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