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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
참여정부 유감 - 좌깜박이 넣고 우회전(?)
김제선(사무처장)
수도분할이전반대운동본부가 주축이 되어 행정도시건설법 위헌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우리지역의 반응은 이미 신행정수도법의 위헌 결정문을 보아도 행정도시에 대한 헌법소원은 법리상 성립이 되지 않는 치졸한 행태라는 비판이 넘치고 있다. 한편으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두껑보고 놀라는 거겅도 없지는 않다. 전국적 시민사회의 반응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나아가 어려운 민생 살리기를 외면하는 정략적 발목 잡기라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듯하다. 신행정수도법 위헌결정으로 수구원로원으로서 정체를 드러낸 헌법재판소에 기대어 왜곡된 수도권 이기주의를 부추겨 다음 선거에서 혜택을 보고자하는 정략적 행태는 결국 국민적 심판을 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헌법절차를 정략에 이용하는 행태는 국민으로부터 지지 받기도 어렵고 궁극적으로는 그 헌법절차가 부메랑이되어 헌법소원을 책동한 세력이 스스로 족쇄를 차게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심 걱정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지지는 높은 반면에 행정도시 건설이라는 참여정부의 구체적 정책에 대한 지지여론은 꼭 높지 않다는 현실이다.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비판적 의견은 행정도시 그 자체에 대한 반대 보다는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불신과 비판으로부터 기인하는 측면이 없지 않나 돌이켜 보아야 한다. 적어도 참여정부 균형발전 정책이 행정도시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지를 확산하는 데는 분명 장애가 되고 있다. 이른바 수도권 과밀의 완화 및 균형발전의 필요성은 다 공감하지만 균형발전을 표방한 참여정부의 여러 정책이 부작용은 키우고 실효성은 낮다는 불신이 너무 커진 것이다.
행정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지역특화지구지정 등 일련의 균형발전 시책들이 대형공공사업을 통한 환경파괴와 신개발주의, 성장주의로 치우치고 있다는 불신이 제기된 지 이미 오래다. 환경단체들이 환경비상시국회의를 만들어 총력투쟁을 불사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라할 수 있다. 나아가 수도권 분산 정책을 추진한다면서 수도권 규제완화와 발전 계획이 지방에는 어음을 주고 수도권에는 현찰을 주는 임기응변식 정책으로 치우쳐 오히려 수도권 역집중이 강화되고 있다는 지방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실제 2004년에 새로 생긴 일자리의 80%는 수도권에 생겼다고 하니 참여정부 하에서도 지방은 여전히 푸대접이라는 이야기가 안나올 수 없다.
경기·서서울지역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해서 추진되고 있는 수도권 인구집중 도시계획 철회촉구서명운동에 따르면 참여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수도권 인구집중을 초래하는 각종정책과 공공도시계획이 남발되고 있다. 경기도 각시군의 2020년까지의 인구목표를 합쳐 놓으니 1670만명이 된다면서 15년만에 인구 620만을 늘리자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참여정부가 방치하고 조장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형편에서 광주·전·남북이나 경상남·북도가 통째로 경기도로 이주해야만 가능한 계획을 참여정부가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행정복합도시 주무 부처인 건교부의 정책 지향성이 수도권 분산인지 수도권 역집중인지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다. 단적으로 수도권에 30년 걸쳐 50만 덜어 내는 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그사이에 수도권 신도시 개발 계획은 남발해 그 이상의 인구를 수도권에 집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건교부 주택종합계획(2003-2012)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수요 충족을 위해 242만 가구의 주택 건설과 공공택지로 판교신도시의 25개에 해당하는 7060만평이 필요함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건교부는 행정도시 건설 주관 부처로 겉으로는 수도권 분산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수도권의 과도한 개발과 인구 집중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른바 주택공급부족론에 입각한 신도시 건설론 속에서 수도권 과밀 해소도 지방분산도 부동산가격 안정도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에는 신행정수도 건설-공공기관 이전 자체가 승리의 근거가 되었는데 왜 지금은 인기 없는 정책을 수행하느라 힘든 참여정부를 도와야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가 되었을까. 지방분권 균형발전의 원칙이 흔들리는 탓은 아닐까. 경기가 어렵다는데 균형발전을 핑계로한 성장정책이 남발되는 것은 아닐까. 중앙정치 기반이 취약하니 지방기반을 강화한다면서 지방의 토건세력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가. 역동적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면서 지나치게 혁신만을 강조하며 지방을 소외시키는 것은 아닌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정책위 의장, 행정자치부장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이 자치계층을 단층화하고 광역화하자는 합의를 하고 이를 핑계로 저급한 자치경찰도 유보시키는 상황까지 겹쳐서 마음이 무겁다. 기초자치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전환하자는 합의를 참여정부가 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정말 어렵다. 지방분권도 물건너간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넘친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많은 분들이 좌 깜박이를 키고 지나치게 좌회전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좌파의 집권이라는 비판에 많았고 정부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일뿐 좌파정책은 없다는 설명이 계속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참여정부를 지지했던 지식인들 사이에 이상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가 좌깜박이를 키고 우회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걸음 나가 참여정부는 원래 우깜박이를 넣고 확실한 우회전 했을 뿐인데 자꾸 좌깜박이 넣었다는 식으로 착시현상을 갖고 평가하지말자는 논쟁이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도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방분권이 사회적 양극화의 해소에 보탬이 되도록 만들 책무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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