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유원섭(을지대학교 예방의학 전문의)
다음의 힌트에 해당하는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 알아 맞혀보십시오. 1962년 소아마비를 처음으로 퇴치한 국가, 1996년 홍역을 처음으로 퇴치한 국가, 아메리카 대륙 내 국가 중 AIDS 환자 유병율 가장 낮은 국가, 전세계에서 고혈압 환자의 치료율이 가장 높고 고혈압을 잘 관리하는 국가. 답은 쿠바입니다. 대체로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건강수준은 경제 수준이 향상되면서 건강수준 또한 향상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쿠바의 1인당 GDP 수준은 한국의 1/5, 미국의 1/11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가들 간 건강수준을 비교하는데 널리 활용되는 기대수명, 영아 사망률(1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미국, 한국, 쿠바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쿠바는 1인당 국민소득에서 한국과 미국에게 크게 뒤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쿠바 국민들이 선진국 수준의 건강을 누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이러한 질문을 실제 현장 방문을 통해 확인하고자 쿠바를 방문하였다. 1) 쿠바의 보건의료제도 오늘날의 쿠바 의료제도는 쿠바 혁명 이후 거의 붕괴 직전까지 이르렀다가 다시 재건된 것이다. 1959년 쿠바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쿠바의 의학은 미국과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카스트로(Fidel Castro)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국민에게 교육과 의료를 무료로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사회주의 보건의료 개혁을 감행하였다. 그 결과 혁명이후부터 1967년까지 8년 동안 당시 6,000여명에 이르던 의사들 중 절반이 쿠바를 떠나 미국 등으로 이주하였고, 쿠바에는 16명의 의과대학 교수만이 남게 되었다. 2005년 현재 쿠바의 의사 수는 약 7만 여명에 달하는데 이는 국민 159명 당 의사가 1명인 셈이다(참고로 한국의 2005년 의사 수는 약 8만 5천명이며, 쿠바의 인구는 남한 인구의 1/4이 채 안 되는 1,125만 명). 쿠바 의사의 절반은 가정의(family doctor)로서 대개 가정의 1인당 300-400명의 주민을 담당하는 진료소에 근무한다. 가정의의 역할은 오전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료소에서 진료를 하고, 오후에는 가정방문을 다닌다. 쿠바의 모든 국민들은 1년에 최소한 2회 이상 가정의를 만나게 된다. 한국과 달리 아파서 진료소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는 것 이외에도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서비스도 가정의가 제공한다. 약품, 의료장비 등 물질적인 환경이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쿠바가 전세계에서 고혈압 환자의 치료율이 가장 높고, 잘 관리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가정의의 역할과 헌신적인 활동에 기인한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예방접종도 가정의가 담당하며 13가지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이 무료로 국민들에게 제공된다. 전세계에서 쿠바가 소아마비, 홍역을 최초로 퇴치한 국가로 기록되는 이유 중 하나도 국민 한명 한명의 건강을 가정의가 책임질 수 있는 쿠바의 의료체계에 힘입은 바 크다. 진료소에 근무하는 가정의의 능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의 건강문제는 가정의가 책임을 지고 보다 상급 의료기관에게 의뢰한다(쿠바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의 약 80% 이상은 가정의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의료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약품의 경우 소액의 본인부담금을 환자가 부담하여야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그 부담 정도는 크지 않으며, 장애인, 노인 등 부담능력이 낮은 이들은 본인부담이 면제된다고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의 과다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오는 7월 1일부터 일부 1종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쿠바의 경우 의료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쿠바의 일부 국민들은 의료서비스를 필요한 것보다 많이 이용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쿠바는 한국과 달리 가정의가 문지기 역할을 수행한다. 즉 한국의 경우 국민들이 여러 의료기관을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동일한 건강문제에 대하여 중복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쿠바의 경우 쿠바 국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담당 가정의에게 진료를 받는다. 즉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선택권은 제한되어 있으며, 보다 상급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지 여부를 환자와 같이 상의하여 결정하고 의뢰하는 것이 가정의의 역할이다. 또한 쿠바의 의사들은 국가로부터 환자 진료에 대한 대가로 봉급을 받는다. 따라서 의사 또는 의료기관이 수입 증가를 목적으로 불필요한 진료를 하는 경우도 없고, 국민들도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며 의료이용을 하는 경우도 없다. 쿠바 국민들과 의사(가정의)와의 관계는 한국과 크게 다르다. 가정의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일 년에 두 번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과 모두 만나야 하며, 오랜 기간 동안 한 지역을 담당하고 모든 가족들의 건강문제와 생활상태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쿠바 국민들은 가까운 이웃처럼 자신의 가정의를 대한다. 2) 의료를 통한 쿠바의 국제연대 쿠바는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국가에게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2006년 7월 현재 28,664명의 쿠바 보건의료 인력들이 68개 국가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원내용은 해당 국가의 공중보건체계를 지지하는 것이다. 2003년부터 베네수엘라 정부와 협력하여 쿠바가 지원하는 사업 중 하나는 “바리오 아덴트로(Barrioo Adentro)”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큰 나라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 정부가 빈민층을 위한 보건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베네수엘라 빈민층 에게 보건의료 서비스와 보건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 약 2만 명의 쿠바 가정의들의 도움이 필요한 사업으로 이미 베네수엘라에 파견된 쿠바 가정의들이 베네수엘라 전국(심지어 정글 지역에서도)에서 빈곤층의 건강문제를 돌보고 있다. 또한 쿠바 내에는 약 2만 2천명 외국인 학생들이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다. 미래에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 의사가 될 이를 외국인 학생을 위해 쿠바 정부는 학비, 기숙사, 교재, 양질의 교육프로그램, 일부 생활비를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 선발은 해당 국가 정부의 추천을 받아 이루어지는데, 2005년 기준으로 약 30여 국가에서 학생을 선발하였으며, 학생들의 출신 배경은 약 70%가 근로자 계층 또는 농촌지역 출신이다. 소련이라는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과 미국의 금수조치 등으로 인해 ‘90년대 심각한 물질적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쿠바 정부의 국외 보건의료 지원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재난을 당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미국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쿠바는 1,500여명의 의사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하였으며(부시 정부의 거절로 성사되지는 못하였음), 2005년 지진 피해를 크게 겪은 파키스탄에 대규모의 의료진을 파견하였다. 경제적, 물질적 기준만을 고려하면 쿠바 국민들은 미국 국민들보다 못사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나라를 돕는데 열중하는 어리석은 국가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국민들의 필요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보건의료를 자본이 지배하는 상업으로 인식하고, 자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팔아야할 경쟁국가를 양산하는 오늘날의 세계화 속에서 쿠바의 보건의료제도와 국제연대는 또 다른 혹은 더 나은 대안적인 세계화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