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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주장

닭똥집을 3개씩이나 덤으로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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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도 산에 가요?”   “그럼.”   남편의 대답 끝에 내린 결론은 ‘그래, 혼자 가면 되지 뭐!’ 하고 생각하면서도 내일 혼자 장볼 생각에 입맛은 씁쓸하다. 이런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남편은  “일요일에 가자구, 내일 당신 쉬는 모양인데, 내일은 당신 부족한 잠을 좀 보충해 두고, 일요일에 나랑 같이 가면 되잖아, 당신혼자 장보기 힘들어. 짐을 어떻게 들고 다니려고?”   “그래요, 그럼.”   원래 토요일 오후는 돌아오는 1주일동안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날로 정해 놓았었다. 장을 봐 놓아야 다음날인 일요일에 몇 가지 반찬을 마련해 놓을 수 있고, 그래야 주중 날마다 끼니때에 반찬마련을 위해 겪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늦은 퇴근 후에 이것저것 자칭 미식가라는 남편의 식성을 고려하여 먹을 만한 음식을 장만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렇다 보니 나의 궁여지책이 바로 주말을 이용하여 장을 보고 그것으로 밑반찬을 준비해 두는 것이 그 대안이 되었다.   그런데 남편의 건강과 친교를 위한 토요일 산행이 거의 정기적으로 정해지면서 장보는 요일이 어쩔 수 없이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토요일 장보기가 내게 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사실이기에 이번 주 일정을 묻고 남편을 일요일 장보기 동반자로 예약 확인한 것이다.   물론 집안이나 직장에서 특별한 행사나 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년을 그렇게 토요일이나 일요일 장보기를 해오면서 또 달리 바뀐 것이 있다면 장보는 장소가 대형마트에서 재래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장보는 장소가 바뀐 것은 대형마트에서의 남편과의 불화를 경험하고 나서였다.   처음에 집에서 가까이에 위치한데다가 여러 가지 다양한 물건들을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살 수 있으니 대형마트를 찾았던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 여겼었다. 그런데 막힌 공간 안에 쌓여 있는 공산품들과 시식을 위해 조리하는 음식물들 때문인지 머리가 아프다며 남편은 30분이 멀다하고 구입할 물건을 다 구입했는지를 묻고 빨리 마칠 것을 채근하기를 반복하였다. 사실 남편은 많은 것을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고 기다려 주는 사람인데 참 특별한 상황이었다. 한두 번 이런 일이 있고 미처 구입하지 못한 물건들을 두고 마트를 나서는 일이 있게 되었다. 천천히 아이쇼핑까지 즐기고 싶었던 나는 마음이 상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계속 생기게 되자 남편과의 대형마트 찾기를 접게 되었다. 그렇다고 장보기를 안 할 수 없으니 동네 슈퍼마켓을 이용하거나 대신에 재래시장을 찾게 된 것이다. 지난 주 일요일에도 대형마트가 아닌 재래시장에서 장보기에 나섰다. 이것저것 진열된 먹을거리를 보고 다니는 중에 맛있어 보이는 야채전이나 새우튀김도 사먹거나 남편이 먹고 싶어 하는 제철 과일 구입에 대한 제안도 들으며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있었고 머리가 하얗게 샌 할머니의 노전에 놓인 산나물에 대한 약효나 요리설명은 요리할 때 요긴한 정보가 된다. 이렇게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두리번거리다보니 저녁메뉴를 닭볶음탕으로 정하게 되어 재료 구입에 나섰다. 양파 한 바구니에 덤으로 집어넣어 주시는 덤 1개, 감자 한 바구니에 또 딸려오는 덤 1개는 재래시장에서만 맛보는 횡재들이다. “이 큰 게 토종닭인가요?” “예, 크고 맛있습니다. 드릴까요?” “예, 주세요.” 주인아저씨의 토종닭 1마리에 덤으로 주는 닭똥집 3개가 내게 미소를 안겨준다. 포장된 대형마트에 닭 한 마리에는 닭똥집은 없다. 닭볶음탕을 해먹으면서 왜 닭똥집이 없는가에 대한 불평이 만연한 우리 집 식탁에서 남편과 아이들 둘의 입을 호사시켜 줄 것을 생각하면 어찌 미소가 담기지 않겠는가? “왜 똥집 2개쯤 덤으로 안 얻나?” “얻으려고 했는데 주인아저씨가 먼저 3개씩이나 주시는 바람에 덤으로 더 달라는 말을 못했네.” 나의 공짜와 덤을 좋아하는 성격을 아는 남편의 농담 섞인 말과 나의 실속 없는 대꾸의 말들조차 나의 장보기 시간을 풍요롭게 한다. 대형마트식 장보는 환경에 대한 남편의 부적응 탓에 재래시장을 찾게 되었지만,  이제 나는 ‘내게 남는 것은 나누고 모자란 것은 남으로부터 얻고자 했던’ 공동체적인 삶이 묻어 있는 전통적 소비양식, 이웃에게 더 베풀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정이 있는 우리네 삶의 가치가 담긴 재래시장에서의 장보기를 즐기게 되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해있는 오늘, 각박한 세상이 아닌 그 어느 날 사람 사는 맛과 훈훈한 정이 있어 세상은 살맛나는 것이라고 느꼈던 그 날을 그리워하며 재래시장에서 나누는 덤과 웃음과 기쁨을 장바구니에 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 일 것이다. 김정옥 (대전의제21추진협의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