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2010 대전광역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안)을 보면 2006년도부터 대전광역시 6개구 190개 구역, 11.22㎢의 영역을 정비할 계획이다. 정비의 내용은 주거환경개선사업(13구역), 주택재개발 사업(75구역), 주택재건축사업(71개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31구역)이다. 이는 대전광역시 전체면적의 5.5%에 해당하는 크기로 규모만 보더라도 지역사회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 계획을 접할 때 우리는 어떤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 걸까? 브라질 꾸리찌바에서 일어난 생태혁명, 도시혁명을 소개하는 책,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저자 박용남 씨는 이 책에 “재미와 장난이 만든 생태도시”라는 부제를 붙였다. 지금 대전의 2010 계획을 접하는 우리는 유쾌한 재미와 상상력 가득한 장난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을 느낄 수 있을까?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며 시청 앞마당으로 몰려나온 근심가득한 주민의 얼굴, 그들의 어색하고 낯설은 반대와 처벌의 구호가 들리는 것은 아닐까? 이해관계가 달라져 한동네 주민사이에 오랫동안 쌓아왔던 믿음과 우정이 한순간에 허물어져 서로 시기하고 대립하며 다투기도 할 것 같다. 오랫동안 살아왔던 자신의 삶터를 잃고 덤프트럭과 레미콘차가 분주한 가운데 공사장 한구석 건축자재위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태우는 어느 노인의 주름이 보이기도 한다. 마침내 2010년, 그렇게 해서 변했을 도시는 사람과 자연, 역사와 문화의 풍광은 사라지고 시멘트로 땅을 꼭꼭 틀어막고 그 위에 지은 아파트와 상가, 아이들이 사라진 뻔하게 생긴 놀이터의 쓸쓸한 그네가 보인다. 도로위에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며 흘러다니고 사람들은 땅 밑으로 간신히 기어다니거나 높은 고가다리 계단 앞에 망설이던 할머니가 도로를 무단횡단하고, 이를 피해 급정차하는 자동차가 지르는 경적소리와 브레이크 소리, 욕설이 들리기도 한다. 좁은 임대아파트 한구석, 컴컴한 방안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이, 성적표를 들이대며 그를 나무라는 삶에 지친 아주머니, 초점잃은 눈으로 남몰래 포르노 비디오를 보는 어느 중년의 아저씨도 보인다. 대전의 한 마을인지 서울, 광주, 대구, 부산의 한 마을인지 외견상 전혀 분간할 수 없는 그렇고 그런 권태스러운 도시. 나의 사고가 지나치게 비관적이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좋겠다. 이러한 예측과는 전혀 다른 미래를 만나고 싶다. 정말 강렬히. 그렇지만 지금 이 도시의 모습을 보면 웬지 예상이 적중할 것만 같다. 이러한 계획에 전혀 무관심한 채 무언가 바삐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 이웃과 보상금 규모에만 온 신경을 몰두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형제의 처절한 경쟁과 고단한 삶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도시는 그 스스로를 재생시킬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공동체를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남김없이 파괴시켜버렸다. 주인으로 참여할 주민을 돈과 권력의 노예로 삼은지 오래고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에 이미 익숙해진 우리,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악순환의 결과로 우리의 미래에 희망을 걸기엔 우리의 이성과 감성은 지쳐버렸는지도 모른다. 이 회색도시에서 불행히도 나는 아직 꿈꾸기를 멈추지 못했다. 하늘이 넓게 트이는 고만 고만한 집들 사이 골목길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지고 마을 입구 큰 정자나무아래 평상으로 집집마다 가지고 나온 소찬을 안주삼아 막걸리가 돌고, 나름의 크고작은 사연을 이웃에게 풀어놓고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는 풍경은 정말 욕심일 거다. 콘크리트 담장을 허물어 넓어진 공터에 나무를 심어 새가 둥지를 틀고 대여섯평 짜투리 땅이나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쌈채소며 고추, 가지, 오이가 서너 개 달릴 때 입구 넓은 항아리 속 된장을 찍으며 이웃과 나누고 벌레와 나누는 소박한 여유를 꿈꾸는 나는 비관주의자로 살기를 작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학원 대신 마을 마다 마련된 도서관에 모여 사춘기 설레는 마음으로 정지용의 고향을 암송하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으며 사타구니에 털이 자라는 변성기 소년을 만나고 싶은 꿈을 꾸는 일은 정말 일종의 자해이다. 미안하다. 여전히 이러한 꿈을 버리지 않고 이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삶의 근원으로서의 공동체를 길어올리며 자연을 키우는 그대를 생각함에. 회색도시의 어느 어두운 구석 고군분투하는 더운 심장을 가진 그대에게 정말 미안하다. 김성훈(대전민들레의료생활협동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