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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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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살 청년 유월이를 예찬하다!   얼마 전 대학동창을 만났다.   내 눈을 의심하며 다시 찬찬히 살펴본 후 알아챈 그는 분명 십 오 년 전 ‘내 친구’다.   가무잡잡하고 건장한 청년이었던 그가 지금은 휠체어에 앉아있다.   칠년 전에 교통사고가 났고, 지금은 나름대로 씩씩한 마흔을 살고 있다는 그의 진술을 들으며 나는 먹먹하기만 하다. 그가 건너왔을 칠년의 숨 막히는 달음질을 감히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으랴.   다시 플래시 백. 이십 년 전 유월의 거리에 그가 서 있다. 비교적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와 동료가 걸어 나가는 일이라면 앞 뒤 안 따지고 무조건 Go! 했던 그는 전신갑주만을 걸친 사내였다. 87년. 유월의 햇살은 거리의 사람들을 취하게 했고 그때 내 친구는 사람들을 위한 맑은 물을 날랐다.   말갛고 뽀얀 긴 손가락을 지닌- 지금은 어느 성당에서 사제로서 사람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계실 선배에 관한 삽화이다. 그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한남대학교 상징탑과 중앙도서관 앞에서는 집회가 계속되었다. 물론 나의 전공은 대자보를 작성하고 유인물을 나르는 일이었다. 그때 나 말고 전공이 뒷전이 선배가 있었다.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먼발치에서 자전거에 비스듬히 올라타 있다가 정문을 향한 돌진(?)이 시작되면 역시 먼  발치에서 타박타박 따라오던 키 작은 아저씨..   뽀얀 최루연기 한 바탕 뒤집어쓰고 끊일 줄 모르는 토악질에 똥물까지 토해낼 즈음, 하얗고 긴 손가락을 가진 우리 과 예비역 자전거 아저씨는 네 귀퉁이에 잔잔한 꽃이 수놓아진 하얀 손수건을 건네주곤 했다. 그렇게 몇 개의 손수건을 준비하셨는지, 과의 모든 후배들에게 넉넉히 뿌려주던 보송보송했던 손수건 한 장.     마흔의 문을 여는 나에게 무의식처럼 자리하고 있는 유월..   그 유월이 이제 이십년이 되었다. 스무 살 청년이다.   본능적 갈망이 거침없이 튀어 오르는 유년기를 지났고, 혼돈의 사춘기를 지나와서 이제 무얼 해도 아름다운 청년의 나이가 되었다. 세상과 자신을 객관적으로 통찰할 줄 알아야 하는 성인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 나라의 자주와 민주주의를 위한 혹은 통일을 향한 걸음이 유월이의 청춘처럼 치열한 아름다움으로 승화하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나의 유월 삽화에 자리하고 있는 그 때의 사람들, 지금도 나름대로의 이유로 살아지고 있는 모든 유월의 주인공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함께 박수 보내주고, 맑은 물을 길어다 주고, 하얀 손수건을 건네주며 얼굴 빛내지 않았던 모든 그들. 그들이 있어 이십년 동안 지치지 않는 싸움이 가능한 것 아닐까.       내 인생의 화양연화 -   ‘의미’에 목이 말랐고 소모되지 않는 에너지로 청춘이 지나가던 그때가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때였으리라. 생각만 해도 울컥 솟아오르는 눈물과 환호와 그리고 분노가 있었기에... 방미나(대덕자활후견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