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예전에는 가을이 되면 이유도 없이 방긋거렸습니다. 땀나던 무거운 몸이 가벼워져 좋았고, 거리에 피어나는 꽃들에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평화로운 햇살을 몸으로 받으며 새로운 연애를 꿈꿔서 좋았습니다. 감정은 평화롭고, 몸에는 맑은 하늘의 기운이 돌았습니다. 어디를 다녀도 즐거웠고, 무엇을 해도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느덧 삼십대 중반이 되고, 결혼을 해 아이까지 생기니 계절은 그냥 계절일 뿐, 햇살은 춘곤증을 유발한다는 게 최종 평가입니다. 쉬는 날이 있으면 어떡해서라도 좀더 자려고만 합니다. 예전 같았다면, 그 시점이 언제이든 간에 눈부신 10월의 태양 아래 이리 저리 굴러다니며 사람들과 어울려 가을을 찬양했을 텐데 게으르게 변했군요. 이는 저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들 일상의 건조함에 묻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르는 채, 목표를 잃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쁩니다. 바쁘다는 말은 자본주의에서 경건한 의미가 됐고 명분을 줍니다. 바쁜 사람은 열심히 산다는 인상을 주지요. 요즘은 부지런하고 시간 없는 게 미덕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리가 사는 이유가 무언지 궁금합니다. 가족, 친구, 연인, 돈, 일, 명예, 권력, 쇼핑, 책, 음악, 사회 변혁, 이웃과의 어울림 등일까요. 예, 모두 다 맞습니다. 하지만 생은 어차피 자신을 위해 사는 게 아닐까요. 그런 생각이 진합니다. 이성과 시간의 치밀함, 하루의 빈틈없는 계획도 좋지만 한 번이라도 자신을 정직하게 쳐다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리 저리 메말라 갈라진 마음에 음악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럴 때는 따스하고 멜랑꼴리한 음악이 제격이지요. 전설적인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오노 요코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션 레논입니다. 션 레논은 2006년 가을, 8년 만에 자신의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아버지를 닮아 목소리는 섬세하지만 아버지의 냉소와 정치적인 어법은 제거한 채, 맬랑꼴리한 정서를 앞세웠습니다. 듣고 있노라면 마음에 평온한 물기가 어립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생을 돌아봅니다. 인생에 있어 내가 언제 한번 스스로 창조적인 적이 있었나. 단 한 번이라도 내가 원하는 걸 위해서 뛰어봤던가. 후회가 밀려오지만 그렇게 못난 인생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만큼은 멜랑꼴리한 음악을 들으며 마음에 차분히 빗질을 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남긴 것 없어도, 앞날이 막막해도 가슴에 온기 한 번 품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에 대한 충동으로 숀 레논의 『Friendly Fire』를 권합니다. 염대형 (대전시민사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