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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피해 소송 대법원 판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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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5일 기록적인 폭설로 인하여 12시간에서 24시간 이상 고속도로에 고립되어 극심한 고초를 겪은 수많은 피해자들은 그 해 4월 28일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관리상 하자를 이유로 대전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재판부는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의 관리주체로서 그 유지관리의무가 있는바, 한국도로공사는 고립 대란에 앞서 기상청이 예비 특보를 발표해 폭설로 인해 각 고립구간의 교통정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따라서 미리 정해진 재해상황별 조치계획에 의하여 즉시 차량의 추가 진입을 통제하는 등 교통제한 및 운행정지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으며, 만약 한국도로공사가 적절하게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였다면 각 고립구간의 정체를 회피하거나, 또는 완전히 사고를 방지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그 고립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태도로 교통제한 및 운행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해자들이 고속도로에 장시간 고립시키는 사태를 야기한 것이므로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의 관리상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고 이에 따라 고립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고립피해자들에 대하여 고립시간 별로 1인당, 12시간 미만은 35만원, 12~24시간까지는 40만원, 24시간 이상은 50만원으로 하되 여자, 70세 이상 고령자, 미성년자는 10만원을 가산하는 내용의 판결을 하였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위 판결에 불복하고 2006년 5월 16일 대전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였으나 대전고등법원은 한국도로공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러자 한국도로공사는 2007년 4월 23일 대법원에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하여 올해 3월 13일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는 최저속도 제한이 있는 고속도로의 경우 강설시 신속한 제설작업을 하고 나아가 필요한 경우 제때 교통통제 조치를 취하고 고속도로로서의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거나 신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관리의무가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도로공사의 상고를 기각하여 판결은 확정되었다. 이러한 판결은 이번 폭설대란이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인재임을 인정한 것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행정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정부는 이번 폭설대란과 같은 국가재난사태가 벌어지고 이에 대한 소송이 제기된 이후인 2004년 6월 1일 국가재난 예방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고 강화하여 각종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한다는 목적 아래 효율적인 국가재난관리 총괄전문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소방방재청을 개청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태안기름유출사고에서 보듯 우리나라 재난관리시스템에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1995년 씨프린스호의 기름유출사고를 겪었던 정부는 해상에서 기름을 수거하는 방재능력을 확대키로 했으나,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된 매뉴얼, 조직을 갖추지 못하던 중 이번 태안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방제에 사실상 속수무책이었고 많은 잘못을 범하였다. 방제현장에서는 흡착포 등의 기본적인 방제장비의 부족을 호소하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자원봉사를 위해 나선 봉사자들의 인력배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피해주민들을 위험물인 기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소개하였어야 함에도 방제를 위해 기름바다로 내몰았다. 이는 기본적인 위기대응매뉴얼이 부재하였거나 쓸모가 없었던 것으로 밖에 평가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의 경우 1989년 발생한 엑손발데즈호 기름유출사고 이후 이중선체구조의 유조선만 운행을 허가하는 등으로 법적규제를 강화하는 근본적인 방지대책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번 태안기름유출사고 선박인 허베이스피리트호 역시 씨프린스호와 마찬가지로 외부충격에 취약한 단일선체 구조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는바, 이는 기본적인 재난방지대책이 12년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만일 이중선체구조의 유조선만 운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였더라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거나 피해가 극소화 되었을 것이다. 앞서 살폈듯이 이번 판결은 손해배상금의 액수의 다과보다는 정부 내지 공공기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방재행정에 일침을 가하고 또한 분산된 다수 피해자들이 뭉쳐 통일된 대응을 통해 승소함으로써 국민의 권리를 찾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모쪼록 정부는 이번 판결과 태안기름유출사고를 계기로 재난관리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획기적으로 발전된 방재조직과 매뉴얼 등을 마련하기를 절실하게 바라마지 않는다. 글 | 여운철 변호사(폭설피해 소송대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