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글 | 강 현수 교수 (중부대학교) hskang@joongbu.ac.kr
이명박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한지 세 달여가 지났지만, 여러 가지 소문만 무성한 채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이 제시되지 않아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다 알다시피 참여정부는 수도권 분산과 국가균형발전을 국정의 핵심 과제로 삼고,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등의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해왔다. 그렇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현 집권 세력은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해 계속 비판적 태도를 보여 왔고, 따라서 정권이 바뀐 이후 기존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일정 정도 방향 수정이 예견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참여정부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것은 계승하고 어떤 것은 중단하는지가 불분명한 가운데, 수도권 규제가 풀린다, 혁신도시를 재검토한다는 등 이런 저런 산발적인 단편적 발언들만 나돌아 다니고 있어서 향후 진행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특히 충청권의 경우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충북 혁신도시가 과연 원래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폭적인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시행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충청권 지역의 발전을 위해 내걸었던 대표적 공약은 과학기술비즈니스벨트와 금강운하 건설이다. 그러나 과학기술비즈니스벨트의 경우 그 입지와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아직까지도 불투명하다. 금강운하는 한반도대운하의 일부분인데, 운하 건설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심해서 과연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럽다. 한편 이명박 정부가 지역 발전을 위해 새로 내건 대표적인 공약은 광역경제권 육성 정책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균형발전 정책이 시․도 행정구역 단위에 고착되어, 지역간의 불필요한 소모적 경쟁과 사업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초래했다고 보고, 시․도의 경계를 넘어 지역간 공동발전을 꾀하자는 것이다. 광역경제권 정책은 이미 참여정부에서도 강조된 바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지방의 자율성 강화 차원에서 이미 수행하고 있는 정책으로서, 그 자체는 바람직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 육성 정책이 혹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지방달래기 차원에서 추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광역경제권 정책이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현찰을 수도권에 주는 대신, 지방에는 광역경제권이라는 매우 불확실한 약속 어음을 주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보더라도 수도권도 하나의 광역경제권이므로, 수도권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수도권에 자율성을 부여하여야 하고, 따라서 자연히 수도권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지금 같은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즉 수도권이 다른 지방보다 기업입지나 자본투자여건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는 수도권 규제가 수도권 집중에 대한 최소한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당장 수도권 규제가 없어진다면, 수도권 분산은 커녕 비수도권에 있는 기업이나 대학마저도 수도권으로 이전하려 할 것이고, 그 결과는 수도권 집중의 가속화와 지방의 공동화가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도권 규제 정책은 역대 정권에서도 항상 뜨거운 쟁점 사항이었고, 비수도권에서는 지속적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반대해 왔던 것이다. 사실 경제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기대 덕분에 집권했다고 할 수 있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에게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고 따라서 수도권 규제 해제를 통한 대규모 투자 유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수도권 경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비수도권 경제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데 있다. 수도권 경제는 살수 있어도 비수도권 경제가 죽는다면, 국가 경제 전체의 성장 효과는 없이 양극화만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수도권 살리기보다는 먼저 지방 살리기 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즉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행정도시, 혁신도시 등의 균형발전 정책들은 비록 정권이 바뀌었어도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고, 균형발전 정책의 성과를 통해 수도권 집중 현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될 때까지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보류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지역 정책의 기조를 삼고, 그에 따른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프로그램들을 조속히 제시하여 정책 혼선에 따른 지역의 불안을 씻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