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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보호법 시행1년, 비정규노동자를 거리로 내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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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병률 민주노총대전본부 정책부장

 

글을 시작하며 잠시 2007년 11월30일을 회상해 본다. 국회 앞 수많은 노동자가 모여 비정규악법 입법저지를 위해 절규하고 있을 때 국회의사당에서는 舊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의 야합으로 소위 비정규악법 3개안<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중개정법률안,노동위원회법중개정법률안> 을 임채정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토론 없이 10여분 만에 날치기 처리했다. 국회 밖에서 눈물을 흘리던 노동자들, 국회의사당 안에서 온 몸으로 표결을 막았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와 2008년 지금, 그렇게 정부가, 정치권이 주장했던 비정규노동자의 근로조건개선과 고용이 보호되고 있는가? 결론은, 2007년 비정규노동자의 눈물과 고통은 현재 더욱더 처절하게 흐르고 있으며 외면당하고 있다. 2년째 철도공사 외주화에 맞서 싸우고 있는 KTX승무원,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받고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단식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기륭전자노동자, 4년째 단체교섭을 학교장, 교육감, 교육부장관에게 요구하며 투쟁하는 학교비정규노동자 그리고 코스콤비정규노동자, 이랜드-뉴코아비정규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무수히 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은 지금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힘들게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과연 비정규보호법은 비정규노동자를 보호하는가? 우선 정부와 정치권이 날치기 통과시킨 법률 내용을 알아보자. 舊근로기준법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과 “1년을 초과하지 않는 근로계약”으로 제한적으로 기간제노동자를 사용케 하였으나 2007년 7월1일부로 시행된 현재의 법은 기간제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늘려놓았다. 이는 곧 사용자가 합법적으로 24개월 기간제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으며 그 기간 내 자유로이 해고를 일삼을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또한 파견허용업무를 확대시킴으로써 무분별한 파견노동자를 양산하게끔 법제도가 만들어 진 것이다. 기존 파견허용 업종을 26개 업무 138개 직종으로 제한하던 것을 총 29개 업무 187개 직종으로 확대 재조정하여 파견노동자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두 내용의 본질은 소위 정부가 말하는 비정규보호법은 명칭만이 보호법이지 실질적으론 비정규고용형태의 확대와 고용불안을 심화시키는 합법적 돌파구를 사용자에게 만들어 준 셈이 된 것이다. 현재 수없이 많은 사업장에서 해고, 간접고용전환, 별도직군제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고용기간을 2년 초과 시 정규직전환이라는 법망을 회피하고자 2년 이내 해고를 하고(물론 사용자나 정부는 “계약만료”라 주장한다) 몇 개월간의 휴지기간을 주면서 다시금 재고용하는 형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기존 직접고용하던 직무를 외주용역화 시킴으로써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회피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노동조합을 통해 불법파견, 불법외주화, 부당해고라고 항변하는 조직된 노동자 외에 개별적 비정규노동자는 사용주의 부당한 근로조건 및 처우 등에 계약해지라는 무서운 생존권에 대한 위협과 협박에 조용히 정들었던 일터에서 떠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생존권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가깝게 우리지역에서도 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이 외로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학교비정규노조대전지회는 5개 학교(장)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매일 교육청과 학교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비정규악법 시행 후 취업규칙에 각종 해고 조항을 넣어 고용을 불안케 하는 것을 막고자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는 비정규법의 정규직전환이라는 법적의무를 회피하고자 직종을 외주화 하고 외주화에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에겐 해고통지서를 날리고, 위로금으로 정리하고자 하는 단계에 있어 향후 투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렇듯 비정규보호법은 법률적, 제도적 한계를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애초 비정규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개선이라는 입법취지에 현실(상)이 부합하지 못한다면 당연 그 법률은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비정규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 또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은 한 개인의 능력과 소질이 부족해서 만들어진 무능력한 노동자가 아니다. 이는 사회적/국가적 시스템을 시장주의적 가치관으로만 판단/이해하는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만들어진 우리 사회의 큰 부작용의 현상인 것이다. 따라서 “보호”와 “시혜적” 시선이 아닌 사회구성원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를 없애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잠시 우리 주변을 바라보자!! 비정규노동자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 형제자매, 자녀가, 친구가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악조건 속에서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적 부작용을 타파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노동자에게 함께 하겠다는 연대의 손길을 뻗어 주는 것은 어떨지……. 그것이 곧 우리사회 비정규직노동자의 암흑을 밝혀주는 촛불의 단초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