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글 | 김영호 소장(대전교육연구소)
요즘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파장 무렵의 장터같이 몹시 어수선하다. 내신이 좋아 수시에 도전하는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다 추천서다 수상실적 확인서다 해서 온갖 구비서류를 준비하느라 하루 종일 진학지도실에 가 있고, 내신이 좋지 않아 교실에 남아 오로지 정시만을 준비하는 학생들 또한 그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려 도통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업을 하는 교사들도 어설프긴 마찬가지다. 한번 불안에 빠진 학생들은 수업과 무관하게 입시비중이 높은 과목에 몰두하고, 대부분의 학생들과 단절된 채 힘들게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은 심한 무기력과 함께 자괴감까지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학생과 교사를 모두 힘들게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각국의 학업성취도를 비교·평가하는 ‘학업성취도국제비교연구(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PISA)’에서 우리 고교생들은 세계적인 수준을 보여주는데도, 왜 학생들은 불안에 쫓기고 교사와 학부모들은 그들을 혹독하게 채찍질하는 것일까? 또 우리 사회나 언론은 올림픽 금메달에는 그렇게 열광하면서, 우리나라 고교생들의 세계적인 학력수준에는 왜 환호하지 않는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의 목표가 국제경쟁력보다는 오직 국내의 일류대 입학 경쟁에 있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고3 교실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교사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배타적인 입시경쟁 교육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일류대 입학은 아주 소수에게만 허락된다. 이렇게 혹독한 경쟁으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불행해지는 입시위주의 교육제도는, 대학입시 이후의 교육은 결코 문제 삼지 않는다. 그래서 세계적 수준의 중등교육은 늘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는데도, 정작 대학의 형편없는 국제경쟁력은 공격을 받지 않는 기현상을 보인다. 피사(PISA)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는 핀란드는 중등교육의 성과가 그대로 대학교육으로 이어져 대학부문의 국제경쟁력 또한 세계 1위이다. 이는 핀란드의 교육과 사회생활의 연대가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핀란드 교육제도의 성공은, 1980년대 이후 전 지구적 교육개혁운동인 세계화 교육 - 경쟁과 성과 위주의 시장지향교육정책에서 벗어나 나름의 대안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가능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경쟁보다는 평등, 자원분배의 균등, 그리고 교사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 기회의 평등’을 통해 ‘사회적 평등’을 실현했다. 무한경쟁과 과도한 사교육으로 빈사상태에 빠진 우리 교육은 이제라도 핀란드 교육의 핵심가치인‘일부가 아닌 전체를 위한 좋은 학교’를 지향해야 한다. 덧붙여 협력과 공존의 사회복지시스템을 구축하고, 대학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만 우리 교육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진정한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