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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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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의 경제 정책을 보면 해 떨어져 어두워져 다들 하산하는데 나 홀로 산을 오르는 꼴을 보는 듯하다. 미국 발 세계적 금융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감세와 규제완화를 기조로 한 정책이 마구 쏟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미국식 금융모델이 미국에 의해 부인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모델을 따라가는 무모함, 세계 경제의 흐름과 정반대로 가는 만용이 대단하다.   먼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를 풀고 금융지주회사에 제조업 자회사를 허용하는 금산분리 완화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은 과도한 금융규제 완화의 부메랑을 맞고는 규제 강화와 국유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 정면으로 대치된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건전성이 악화할 것을 염려가 폭발하고 있음에도 정부 여당은 강행 태세다. 금산분리 규제가 풀리면 재벌의 지주회사 전환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금융업과 제조업 사이의 방화벽이 약해져 금융에서 발생한 위험이 제조업으로, 제조업의 부실이 금융업으로 전이될 위험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식 투자은행 모델은 붕괴되고 금융시스템은 구제 금융과 국유화 조처로 간신히 지탱되는 상황을 만들어낸 여건을 정부가 조성하겠다는 것 아닌가?   감세정책도 만만치 않다. 종합부동산세 폐지로 지방재정의 대책 없는 고갈이라는 파생 효과는 논외로 하자. 감세 정책은 현재 경제 상황에 전혀 걸맞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가면 세수는 자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런데도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시행하면 재정 적자는 불가피하다.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시중 금리를 상승시키게 되고 기업 투자도 당연히  위축시키게 된다. 경기침체가 가시화하고 있는 때에 감세정책은 거꾸로 가는 정책 중의 백미다.   수도권 중심의 그린벨트의 해제와 수도권 신도시 추가 건설과 같은 주택 공급 확대 정책도 마찬가지다. 경기침체의 영향 등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16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주택 500만 채를 새로 공급하면 주택시장의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집값 폭락세는 가속화하고, 경제는 총체적 난국에 빠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생금융 상품과 부동산 거품의 잘못된 만남이 미국 금융위기를 가져왔다는 사실이 떠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은 금융 규제를 서두르고 시장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는 속에서 감세와 탈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식 자본주의는 안 된다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 갈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데도 국가 재정만 축낼 것이 뻔한 감세안을 밀어붙이고,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칸막이를 터줘 재벌의 은행 소유를 가능케 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일은 그만 두어야 한다.   지금은 규제완화나 감세를 추진할 시기가 아니라 이미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내수를 살리고 국민들의 소득과 소비여력 확충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준비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물의 위기가 다가오면서 시중에 돈 줄이 마르면 끔찍한 악순환이 시작된다. 기업 부도가 늘고 이는 곧 실업자 양산, 가계소득 감소, 소비 감소, 생산 위축, 성장률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폭발성이 큰 금융위기가 부동산 거품과 금융공급이라는 잘못된 만남에서 시작되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부동산 부양책을 동원하는 것, 적절한 금융규제가 필요한 시점에서 금융규제 없는 미국에서 조차 시행하지 않았던 금산분리를 감행하는 일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잘못된 경제정책을 고집스럽게 끌고 가다가 몽땅 위기에 빠지면 ‘자기에게 이익이 될 때에는 시장경제를 주장하더니, 상황이 바뀌니까 국가의 개입을 주장’하는 꼴을 보여선 안 된다. 글 | 김제선 상임이사(풀뿌리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