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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의 우물 원전에 미래를 걸고 있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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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초는 원전이 장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아랍에미레이트로 날아가 400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형원전 140만kW 짜리 4기 수출 계약을 챙겼다. 한국경제를 구원할 성장동력으로 원자력이 대서특필되었다. 곧이어 이어진 울산 신고리 원전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원자력발전 수출산업화 전략\'이 발표되었다. 이번 전략에는 2012년까지 10기,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 수출을 위한 전방위 지원책이 담겨있다. 현 정부는, 한국 경제를 구출할 동력으로 한 손에는 4대강 대규모 토목공사를, 또 한 손에는 원전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형상이다. 하지만, 자연파괴를 담보로 하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반짝 경기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경제적, 환경적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다국적업체들이 각축을 벌이는 레드오션인데다가 사양산업인 원전산업에 막대한 세금을 들이는 것은 후진적인 선택이다. 원자력르네상스는 허구다. 세계는 원전사고를 경험하면서 안전성 관련 기술이 발전하기도 했지만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관련 규제는 까다로워졌고 사회적 수용성도 떨어지고 있다. 원자력산업계의 전성기였던 80년대에 세계원자력협회는 2000년이 되면 수천 개의 원전이 건설, 가동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가동 중인 원전은 2002년 444기를 정점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현재는 437기가 가동 중이다. 폐쇄된 원자로가 123기에 이르며 평균 가동연수는 25년 정도며 수년 안에 폐쇄될 원자로도 300여기에 이른다. 하지만 원전 선진국인 북미와 유럽에서 폐쇄될 원전을 대체할 계획은 좀처럼 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일부 동유럽과 러시아, 아시아 국가들이 신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정도라서 80년대 이후로 축소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80년대 11개에 이르던 원자력발전소 메이커 업체들은 축소된 시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수, 합병이 거듭되어 아레바-미쯔비시, WH-도시바, 히타치-GE 로 재편되었고 이들은 고유의 설계 코드를 가지고 있는, 원천기술 보유 업체들이다. 2030년까지 80기의 신규원전이 건설될 지도 미지수지만 원천기술이 없는 한국전력공사가 독자적으로 수주를 할 가능성은 더 적어 보인다. 한국전력공사는 몇 년 전에 현재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중국의 큰 시장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고자 했으나 수출 자격시비에 휘말렸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형 원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WH-도시바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수주액의 상당금액이 원천기술을 가진 이들에게 이전될 수밖에 없다. 한국형원전은 지금은 웨스팅하우스(WH)사에 통합된 컴버스쳔엔지니어링(CE) 사의 원자로 기본 설계를 변형하는 과정에 국내 업체가 참여하기 시작한 영광3, 4호기부터로 명명하고 있다. 이를 개선한 한국형원전은 울진 3, 4호기 영광 5, 6호기, 울진 5, 6호기인데, 이들은 대부분 증기발생기 균열, 열전달완충판 이탈, 핵연료봉 결함과 파손 등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핵연료봉 파손은 냉각수에 방사성 물질 농도를 증가시켜 주변 환경과 갑상선암 증가 등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열전달완충판 이탈은 비상시 냉각수 주입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원자로 내벽을 손상시켜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증기발생기 균열은 최악의 경우 냉각수 누출로 인한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 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지 못한 채 가동을 하고 있었고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되어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가동을 재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을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설계를 변경하거나 재질을 바꾸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지만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한국형원자로는 실험로 단계에서 실증로 없이 상용원자로로 바로 가동했다. 가동 중인 한국형원전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 이유가 변경된 설계도와 재질로 인한 문제점을 실증로에서 수정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영광과 울진에서 가동 중인 한국형 원전이 결국 실증로가 된 셈이다. WH사의 140만kW급 원자로를 변경한 한국형 APR +1400 역시 실증로 단계가 생략된 상태에서 신고리 3, 4호기를 건설, 가동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랍에미레이트로 수출될 예정이다. 석유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가 그 끝을 보이고 있고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요즈음, 한국 정부는 원자력을 기후변화시대의 대안으로 삼고 이번 수출 건을 발판으로 세계 원전시장에 적극적인 진출할 희망에 부풀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자력은 석유, 석탄과 마찬가지로 고갈될 자원이며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이고 고효율 사회,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재편될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시대에 대안이 되지 못하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일상적인 원전 사고의 위험을 차치하더라도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해결하지 못할 사용후 핵연료를 미래세대에게 떠 넘기는 현 세대의 무책임한 에너지 사용의 본보기기도 하다. 그래서 과거의 에너지 사용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 중국, 인도, 한국 등 아시아와 동유럽, 러시아, 중동 국가가 아직도 집착하고 있는 에너지원이다. 선진국들은 손 떼고 있는 시장에 한국은 국가가 앞장서서 막대한 세금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1, 2차 오일쇼크 이후에도 일어났다. 일본은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다소비 산업을 정리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재생가능에너지와 효율산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이들은 고부가가치 미래형 블루오션 산업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는 선진국들이 포기한 에너지다소비형 산업을 받아들였고 현재의 에너지다소비형 산업구조체제를 양산하게 된 것이다. 그때는 그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2001년에서 2006년 사이에 풍력산업은 27.5%, 태양광산업은 60%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원자력산업은 1.6%에 불과했다. 우리는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효율산업에 유리한 반도체와 IT 기술에서 세계 수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일관되지 않은 정책과 부족한 재정지원으로 국내 시장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자로 시설의 국산화는 자동차 부품 국산화와 같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방사성물질 누출을 넘어서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일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형 원전을 수출한다는 것은 결국 원전 사고의 위험도 함께 수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효율산업은 리스크가 없다. 하지만 원전산업은 골치 아픈 핵폐기물 처분뿐만 아니라 새로운 원전 개발에 따른 사고 리스크가 뒤따른다. 원전은 단 한 번이라도 큰 사고가 발생하면 환경적인 재앙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구소련의 붕괴의 시작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지금, 정부가 환상을 심고 있는 원전산업이 경제를 부흥시킬 동력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발목 잡을 복병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