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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는 정권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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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선(행정도시 정상추진 충청권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

 

그동안 숱한 논란과 우여곡절, 심각한 국론 분열과 갈등을 겪은 끝에 지난 6월 29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에서 부결 처리되었다. 그럼에도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정도시’)가 ‘원안’대로 정상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안도와 기대보다는 ‘과연 현 정권 내에서 정상추진이 가능하겠는가’라는 불신과 의혹의 정서가 여전하다. 굳이 해당지역 출신의 정운찬 씨를 징발하여 ‘세종시 수정’이라는 ‘원 포인트’총리 카드로 충청권에 심한 모욕감을 안기면서까지 ‘행정도시’원안을 폐기하려던 대통령의 굳센 의지마저 폐기되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정’씨가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하여 행정도시를 둘러싼 범국가적 불신이 해소된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수정안 부결 이후 행정도시를 둘러싼 논란과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정권에 대한 여전한 불신 등의 외적 요인뿐 아니라 법적지위와 행정구역을 놓고 권역 내 한바탕 홍역을 치룰 개연성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행정기능 중심의 복합도시’라는 원안을 ‘자족기능 없는’ 유령도시로 철저하게 왜곡하고 오도하기 위해 재벌기업과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를 들먹이며 ‘+알파’ 라는 수정세력의 핵심 논거의 파장이 내부갈등과 소지역이기주의를 부추겨 또 다른 함정에 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겹친다. 행정도시 ‘원안’은 2005년 3월 여‧야 간 합의로 제정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규정되어 있는 그대로다. 도시건설의 기본방향을 규정한 제 6조에서 “1)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행정기능 중심의 복합형 자족도시, 2)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쾌적한 친환경도시, 3) 편리성과 안전성을 함께 갖춘 인간중심도시, 4) 문화와 첨단기술이 조화되는 문화ㆍ정보도시”의 특성이 구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성하여야한다고 국가(또는 정부)의 ‘의무’조항으로 기술되어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① 균형발전기능을 위해 중앙행정과 국제교류, 종합문화 기능을 도입하고 ② 지역혁신기능으로 첨단지식기반산업과 교육연구 및 의료 ③ 도시서비스기능으로서 상업업무와 도시행정 등 자족적 복합기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도시성장단계를 초기활력단계(2007-2015), 자족적 성숙단계(2016-2020), 완성단계(2021-2030)로 설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정론자들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 첨단녹색단지 조성, 우수대학 유치, 녹색도시 조성, 글로벌투자유치기반 조성’ 등으로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재탕하거나 원안의 자족성 항목에 분칠을 하여 대단히 새롭고 엄청난 특전을 베풀기라도 하듯 지역민을 기만하려 들었다. 이처럼 오도된 ‘+α’론을 앞세워 10여개월 동안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 정권의 실세들이 물량과 권력수단을 동원한 총력전을 펼쳤다. 그 누구보다 행정도시 건설법에 충실히 복무해야 할 건설청장과 차장은 오히려 그 직을 이용하여 행정도시 백지화에 앞장 서는 희극을 연출하였다. 비열하게도 현지 예정지역 이주민들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하여 ‘수정안을 받지 않으면 손해 볼 것’이라는 겁박을 가하기도 하였다. 수정안 찬성 관제조직을 앞세우는 파렴치함을 서슴치 않았다. 당근과 채찍으로 대다수 지역 언론들을 수정안 홍보도구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광고뿐 아니라 논조와 기사배치에까지 정권의 의도를 수용했던 언론들은 아무런 성찰의 기회도 없이 또다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상황론’에 묻혀 넘겨지고 있음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여러 차례의 법률제정과 사법적 판단, 수백차례의 논의와 소통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친 ‘행정도시’라는 초대형 국책사업이 바뀐 정권에서 사회적 분열과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가 되었으며,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행정의 비효율성과 자족성부족이라는 편협성과 기만의 술책으로 ‘+알파’론을 내세운 이면에는 기실 전임정부의 브랜드여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소아적 속성이 작용한 것 이라는 속설까지 제시되고 있음을 볼 때 ‘수정론’의 좌절은 단순히 정권의 ‘쪽팔림’으로 그치고 말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본다. 돌이켜보면 지난 수년간 충청권의 3개 시도지사들을 비롯한 지자체의 선출직 공직자들은 그들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행정도시 정상건설을 위해 공조하기보다는 각자의 정파적 논리와 이해관계로 반목과 이견을 드러냈다. 세종시설치법이 필요할 때는 세종시설치법 제정 반대를, 중앙행정기관 이전 변경고시가 필요할 때는 세종시설치법 제정을 주장하는 ‘딴지걸기’식의 우를 범하였다. ‘차려준 밥상도 못 챙겨 먹느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러는 동안 ‘서울시장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MB정부에서 기어이 행정도시 백지화가 추진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이제 소승적 이해관계와 단견을 접어야 한다. 허구의 ‘플러스 알파’괴담에서 벗어나 원안대로 조속히 건설될 수 있게 중앙행정기관 이전 변경고시, 세종시설치법 제정을 위해 정파적 논리와 소지역이기주의를 벗어나 함께 나섬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마치 장의절차도 마치기 전 유산다툼을 하듯이 벌써부터 실체도 없는 ‘과학비지니스벨트’ 따위에 섣부른 과욕양상들을 보이고 있다.  그보다는 다가올 2012 총선과 대선공간에서 확고하고 진전된 ‘국가균형발전’의 선도적 사업의 완성도 높은 상을 의제로서 정립시켜야 할 시대의 책무를 고민할 지점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행정도시’ 건설의 바람직한 해법은 ‘원안’의 정상적 추진이며, 그것은 결국 이명박 정권의 ‘의지’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