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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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원구환(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근자에 들어 정부 부문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지방재정의 위기이다. 지방 살림살이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1997년의 경제위기와 2008년 하반기에 시작된 금융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3대 경제 주체라 할 수 있는 가계, 기업, 정부 모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데, 일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우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재고가 쌓이게 되며 이는 곧 생산의 감축으로 이어진다. 생산 감축은 고용감축과 소득감소로 이어지고 고용감축 및 소득감소는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 한다.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크게 시장 원리에 맡겨 정부는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경제 위기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구분된다. 시장과 정부의 논쟁에서 가장 크게 논쟁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정부의 일정한 개입을 어느 정도 선호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추세이다. 경기적 악순환을 끊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즉 경기가 침체되면 세금을 줄여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취하게 되며(감세정책), 금리를 인하하고(금융정책), 정부의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재정정책)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려워진 경기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세입을 줄이고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적자정책을 취하게 된다.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아가야 할 돈은 많아지는 셈이다. 수입과 지출이 불균형이 생기는 상황에서 많은 지출에 충당할 수 있는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가장 보편적으로 채택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빚을 내는 방법이다. 일단 빚으로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을 맞추어 경기를 안정화시키고 경기가 안정되면 이를 되갚는 방법이다. 재정위기의 근본적 문제는 바로 정부의 경기안정화 기능에 비롯된다. 경기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개입에 대해 어느 정도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빚으로 충당된 재원을 갚기 위해서는 일정한 생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시장과는 달리 생산적인 경제주체가 아니다. 기업은 빚을 내더라도 이윤을 통해 빚을 갚을 수 있는 경제주체이나, 정부는 이윤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생산적이지 못한 빚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감세정책, 금리 인하정책, 재정 확대정책을 추진하였다. 경기안정화를 위해 세입은 줄고 지출이 늘어나는 전형적인 적자 재정정책을 취하였다. 특히 지방의 경기활성화를 위해 지방정부가 지출해야 할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도록 유도하였고,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세입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시차입금의 형태를 통해 지출을 확대함으로써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 상황이 악화되었다. 지방재정의 위기는 이러한 거시적, 중앙정부 재정정책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지방정부의 조세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이 2:8이고, 지방세 구조가 인두세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탓에 인구가 많은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세입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지방세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타율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둘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구분에서도 원인이 있다. 예를 들어 복지비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정 비율씩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데, 복지사무에 대해서는 지방에 맡겨 주면서 재정은 일정 비율씩 부담토록 하고 있다. 일거리는 지방에 전적으로 맡기고 돈은 주지 않는 중앙집권적 재정구조이다. 일과 재정을 동시에 분권화하지 않으면 지방재정의 위기는 가속화될 수 있다. 셋째, 지방정부 구조에서도 지방재정의 위기를 찾아볼 수 있다.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이 주민에 의해 선출되는데, 대체적으로 동일 정당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의 다수를 점하게 되면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산을 편성하는 자치단체장에 대해 지방의회가 재정통제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못하고 있다. 투정만 일삼는 개발수요에 대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동조한다면 재정적자는 누적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재정파산을 초래하게 된다. 넷째, 지방행정의 관료제적 특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가 신분보장이다. 정파에 상관없이 맡은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토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지나친 신분보장은 무사안일주의를 낳고,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대충주의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공직사회 자체가 주인의식이 결여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절약할만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구조이다. 특히 각 부서별로 예산을 증액하고자 하는 팽창 욕구와 회계연도 내의 무리한 예산집행은 지방재정 위기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지방재정의 위기는 결코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오랜 동안 누적된 결과이다. 사후에 통제한다면 이미 늦은 상태이고, 진정한 지방정부의 주인인 지역주민만이 손해를 보게 된다. 지방재정 위기의 근본적 해결방안 중의 하나는 사전에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거나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전에 통제하는 것만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정부의 입장에서 추진되고 있으나, 걱정스러운 측면이 하나 있다. 지방재정의 위기를 통해 중앙집권적 통제를 정당화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방 스스로 자치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을 확충해 주고, 지역주민이 직접 지방재정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앙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