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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회원의 금강일보 칼럼내용
2010.10.13 23:59:34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매주 금요일 밤 늦은 시각. 아이들을 재우고 마지막 집안일을 마친 아내는 편안한 잠자리를 준비하며 TV를 켠다.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꺼두었던 TV를 밤 12시에 다시 켜는 이유는 평소 아내가 즐겨보는 한 TV 프로그램 탓이다. 다음날 ‘놀토’가 끼어있는 날이면 아이들도 아내 옆에 자리를 잡고 TV 볼 준비를 한다. 아내와 함께 9살, 7살짜리 두 아들 녀석도 늦은 밤 TV 삼매경에 빠진다.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잠 못 드는 밤의 풍경이다. 한 동안 TV 없이 지내다 지난 2년 전부터 IPTV를 통해 TV를 시청하면서부터 아내가 가장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MBC 시사 프로그램인 ‘김혜수의 W’이다. 최윤영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시절부터 지난 7월 김혜수씨로 진행자가 바뀐 뒤 지금까지도 ‘W`를 빼 놓지 않고 시청하고 있다. 미처 보지 못한 방송은 다시보기를 통해 반복해 보기도 한다. 방송을 통해 보여 지는 지구촌 이면의 이야기에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한다. 때론 눈시울이 불거져 소리없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그렇게 금요일마다 우리 가족은 ’W`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삶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김혜수의 W`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이유는 평소 TV를 통해 볼 수 없었던 제3세계 국가가 처한 현실과 국민들의 삶을 ‘W`라는 창을 통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거나 이국적인 낭만을 접하지는 못하지만 빈곤과 억압이라는 상황에 처해진 이들의 삶을 통해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삶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특히 대부분의 해외 제작 프로그램이 일회성이거나 해외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을 구매해 방송하는 것과는 달리 MBC 제작진이 직접 제작, 방송해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높은 편이기도 하다. 또 단순한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의 기부를 이끌어 냄으로써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참여도 이끌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감동과 재미, 교육적 가치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장래의 꿈도 키워간다. 세계 각지를 누비는 여행가가 되기도 하고, 고통 받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해보기도 한다. 결국 자신들의 용돈을 조금씩 모아 지구촌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던 ‘김혜수의 W’가 곧 폐지된다고 한다. MBC가 가을 프로그램 개편을 추진하면서 ‘김혜수의 W’와 ‘후플러스’ 폐지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MBC가 밝힌 프로그램 폐지 이유는 시청률과 수익성이라고 한다. 밤 12시에 편성되는 프로그램에 시청률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그렇고, 프로그램의 가치가 아닌 돈으로만 평가하는 MBC의 행태에 적잖이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KBS에 이어 MBC마저 방송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정부에 의해 낙점된 낙하산 사장이 취임하면서 좋아하던 방송인도, 프로그램도 줄줄이 퇴출이다. MBC는 이번 프로그램 개편으로 오락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57.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MBC 전체 프로그램 중 10편 중 6편은 오락 프로그램인 셈이다. 결국 TV 시청을 하려면 저녁 시간 내내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끔찍한 현실이다. 방송의 공공성을 떠나 이쯤 되면 방송사의 횡포나 다름없다. 시청률 경쟁에 밀려 늦은 심야시간대에 교양, 시사 프로그램이 편성되는 현실을 감내하며 시청해 온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시청률과 수익성에 목맨 방송사의 횡포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결국 집사람의 말 한마디에 다시 한번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여보, 조만간 TV 없애야 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