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 박종선 (주)오렌지나인 대표
제목이 역설적으로 들리기도 하겠지만 우리 문화산업의 전망을 이렇게 규정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안 된다’는 패배주의가 영상콘텐츠제작업계에 팽배해져 있다. 이는 긴 불황의 터널에서 나오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산업이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핵심산업이란 목표 아래 정부와 지자체가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전국적으로 콘텐츠 집적시설 투자는 늘어나는 데 막상 이렇다 할 콘텐츠는 나오지 않고 있다. 드라마 한편으로 한류 바람이라더니 이젠 K-POP 한류라고 난리다. 한편의 드라마가, 한곡의 노래가 무서운 파급효과를 얻기까지 제작자들이 흘린 눈물은 외면한 채 단편적인 결과만을 갖고 문화콘텐츠산업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대전은 여느 지역도시와 마찬가지로 문화산업에 관심이 높다. 최근에는 콘텐츠 집적시설인 HD드라마타운 유치가 확정돼 대전시민들을 기쁘게 했다. 3년 전에는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개원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집적시설 같은 하드웨어는 콘텐츠 제작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문화산업은 기반시설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와 제작자의 의지가 우선이다. 그 다음이 경제적 지원, 인력, 시스템, 장비 등이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들은 눈에 보이는 제작시설 같은 하드웨어적인 시스템부터 만들고 ‘준비됐으니 이곳을 이용하시오’ 하는 식이다. 2014년 대전에 첨단 HD드라마타운이 들어선다. 국비 800억 원이 투입될 HD드라마타운은 영화제작사나 방송사들에게는 특수촬영, 세트촬영에 유용한 곳이 될 것이고 대전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활용해 지역제작사들이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직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인적 구성이나 실전 경험을 가진 제작사들이 눈에 띄지 않는 현실에 HD드라마타운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지역영상산업 지원을 위해 대전시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 지역문화콘텐츠제작지원사업을 시행하지만 예산은 연간 5000만 원에 불과하다. 대전시가 문화산업을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기획력이나 기술력, 인재를 보유한 지역업체가 없어 국내 최고 콘텐츠 집적시설을 눈앞에 두고도 활용할 수 없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렇기 때문에 정부예산 800억 원에 대응하는 대전시 자체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훌륭한 시설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팔리는 대전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수도권의 콘텐츠 제작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 집에서 빈곤한 현실에도 꼬박꼬박 세금 내는 지역제작사를 알토란같은 문화기업으로 길러내는 긴 안목의 정책도 요구된다. 지역제작사들도 기관·기업 홍보영상이나 하청 수준의 영상 제작에만 기대지 말고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영세성만 한탄하다가는 그나마 불어오는 희망조차 잡을 수 없다. 혼자가 어려우면 뭉치고, 산업화 전략에 민·관·학·연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어렵게 구성된 대전영상협회를 제작자들이 외면해선 차려진 밥상도 먹기 힘들다. 요즘 조금씩 희망적인 움직임이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우수 인재들에게 아이디어만으로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1인 창조기업’이나 ‘지역문화콘텐츠제작지원’ 제도, 작지만 능력을 발휘하는 업체들과 진흥원이 컨소시엄을 이뤄 콘텐츠제작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작은 결과들을 창출하고 있다. 또 대전문화산업비즈니스협의회를 구성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역제작사들에게 힘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우리 스스로 ‘우리는 안돼’라는 NO의 생각을 180도 바꾸면 대전문화산업을 반듯하게 ‘ON’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 대전이 문화도시로서 행복한 도시가 되려면 문화콘텐츠제작자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제작자의 몫이지만 산업화로 이끌어 내는 것은 정부나 자치단체의 도움 없이 현실적으로는 힘들기 때문이다. ------------------------------------------------------------------------------------------ 위의 글은 금강일보 9월 16일 독자위원 칼럼이며, 기고자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박종선 대표가 활동하는 있는 오렌지나인은 TV CF 홍보 영상 등을 만드는 대전 프로덕션 기획사입니다. 오렌지나인 박종선 대표는 지역 영상회사로는 처음으로 공중파 방송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한 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