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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칼럼>창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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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모 (충남대학교 경영학과 초빙교수/문화연대 운영위원)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라고 시작되는 고려 말 선승 나온선사의 시가 요즘 들어 귓가에 맵돈다. 여기에서 태어나서 아니 사실은 지척에서 이사를 와서 이곳의 터줏대감으로서의 역할을 듬직하게 지켜왔는데 나를 가지고 말들이 참 많다. 나는 어찌하란 말이더냐. 대전 중앙로의 한복판에서 묵묵히 서있으면서 대전의 발전과 더불어 그 파란만장의 수난은 계속되어 왔다. 본가에서 쫒겨오다시피하여 이곳 대전에 터를 잡기시작하고, 이어 한국 전쟁 때에는 잠시나마이지만 임시정부청사로서의 그 힘겨운 역할을 수행하기까지 했다. 얼마 전에는 한미FTA협상중단을 위한 민중궐기집회에서 담장의 일부가 붕괴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매 정치 시즌이면 새로운 이슈로 도청이 새로운 메뉴로 제안되어 다양한 요리로 선보이겠다고 제시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세워진 이래 이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지금 저기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근처에 열심히 새터를 마련하고 있다. 그렇다, 나는 충청남도 도청이다. 이렇듯 사연도 많고 해줄 말도 많은 도청은 지난 대선(大選)에서 근사한 요리로 거듭날 줄 알았다.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저 공약(空約)의 메뉴로 빈칸으로 남겨져있다. 아니 그나마 있던 빈칸도 이제는 없애려고 하고 있다. 요리는 둘째 치고 그냥 있도록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대전시는 대전발전연구원을 통해 충남도청의 활용방안에 따른 용역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충남도청을 (가칭)문화예술창작복합단지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도청이 지니고 있던 존재의 이유를 잊지는 않은듯하다. 우리는 개발을 볼모로 하여 우리의 역사와 사고를 무참히 지워버리려고 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선인(先人)들의 터전이었던 삶의 공간도 경제적인 발전 논리를 들이밀며 굉음의 중장비가 검은 연기를 입에 머금고 거침없이 파헤치고 갈아엎는다. 게다가 그곳에 고층의 건물을 세우고 화려한 네온, 아니지 요즘은 LED라는 조명으로 공간을 하루 종일 밝히고 있다. 그러한 공간이 가지고 있던 역사성과 장소성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작업들이다. 이러한 무지막지한 작업을 하는 중에도 우리가 잊지말아야하는 것이 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아니 숨 쉬지 않는 모든 것들에게도 나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란 영원에서 영원으로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그 강물의 바탕은 한 나라의 외견상에서 나타나는 현상보다는 도도하게 물밑으로 흘러가는 저류의 역사의 중심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강물의 중심에서 한번 흩어진 민족은 역사의 중심에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여기에서 언급하기에는 다소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자주 잊고 있는 내용이다. 이처럼 개발이라는 포장을 아무리 화려하게 하더라도 저반에 있는 그 내용이 없다면 그건 빈상자를 포장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요즘 선거 시즌이다 보니 이러한 내용으로 감언이설의 공약(空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의 이익(단체)를 위해 무리하게 몸소 실천을 하시기도 한다. 물론 다 표를 위한 몸짓이다. 공공성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생각된다. 최근 국회의원 선거 후보가 도청에 대한 끔찍한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고 있다. 그 지역의 지역 후보는 그 지역만의 근시안적 접근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뭔가가 있는 지역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위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역사성과 장소성이 갖는 그 의미를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봤는지 의심이 간다. 수년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민해오던 것을 하루아침에 아주 말끔하게 정해주셨다. 애정남 최효종도 한수 배워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물론 개발은 중요한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우리가 그동안 해온 파괴적 개발이 아니라 시대와 역사가 공존하고 이를 공감하는 창의적 개발을 한번쯤은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