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김정동(우리단체 연대기획 팀장)
“아니 이런 기초의회를 계속 둬야 됩니까?” 하반기 원구성과 관련해 각종 추태를 보인 기초의회에 관한 언론 기사를 보고 전화했다는 민원인의 목소리는 더없이 격양되어 있었다. 의회에 그동안 쌓인 불만부터 시작해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초의회는 폐지해야 하고 그래서 이번에 나온 지방행정체제개편안을 적극 지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올해 6월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는 대통령과 국회에 지방행정체제개편안을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74개 자치구, 군의회 폐지 광역시의 구청장, 군수 임명제 전환, 16개 지역 36개 시,군,자치구를 합병하는 것이다. 거칠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 통합과 기초의회 폐지이다. 이중에 기초의회 폐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앞에서 말한 민원인처럼 하반기 원구성과 관련해 전국에서 각종 잡음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의회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기초의회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몰지각한 의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성이 모자라고 집행부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도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20여년이 흘렀음에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차라리 없애버리는 게 맞는 것일까? 국회의 예를 들어보자. 해방 후 국회가 열린지 60년이 지났다. 전문성도 모자라고 입법활동도 제대로 안하는 국회의원은 여전히 있다. 그럼 국회도 없애야하나. 일부 의원들의 몰상식한 행태를 보며 홧김에 없애자는 이들도 있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인 의회정치에 대해 부정하는 이는 없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분산되어야 하고 서로간의 견제와 감시는 필수이다. 또한 다양한 의견을 시민의 대표인 의원이 대변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기초의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현재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초의회가 과연 의원만의 문제일까. 지금의 기초의회는 역할에 비해 권한과 기능이 너무 작다. 하는 일이 없는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조례제정에 관한 범위는 좁고 의회 사무처에 대한 인사권도 없다. 또한 의회의 전문성 뿐 아니라 조직 및 인적 자원까지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행정감시를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지방의원 유급제를 도입하고 최근 보좌관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중이다. 기초의회를 강화하려는 이런 대책 후에 집행부에 대한 통제 감시 및 전문성이 강화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이렇듯 조금씩 발전하는 기초의회를 없애고 지방행정체제개편안을 통해 좀 더 나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는 기초의회 대신 주민자치회 설치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별법 규정에 있는 주민자치회 설치는 강제규정이 아닌 권고사항이다. 거기에 주민자치회 위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위촉하도록 되어 있다. 무엇보다 주민자치회의 역할이 권력감시라는 의회본연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 자치단체에서 위임한 사무처리 등 행정보조기능 뿐이다. 지방행정체재개편안의 주민자치회에선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인 주민참여와 권력견제, 감시는 찾아볼 수 없다. 임의대로 설치하는 주민자치회는 기초자치단체장의 거수기로 전락하거나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높다. 이로 인해 행정감시나 주민을 대변하는 목소리 자체가 사라질 수 밖에 없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동네의 일을 내가 결정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면서도 대다수가 만족할 부분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이 아니다. 시민의 참여와 관심속에 계속 키워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인 기초의회조차 사라진다면 참여의지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기초의회 폐지를 주장하던 민원인과의 대화를 생각해본다. “의회 폐지하고 다른 걸 만들어야한다.” “그럼 거기 활동은 누가 하나요? 공무원이 하는게 맞을까요?” “감시 제대로 하려면 당연히 시민이 뽑아야지.”, “그게 지금 의회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