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박은숙(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
21세기는 가히 문화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모든 국가들이 문화가 정치·경제보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미래 문화정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따라서 각 국의 문화정책도 규제에서 지원으로,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정부 중심으로, 문화소비 중심에서 문화자원 중심으로, 문화생산자 중심에서 문화수용자 중심의 문화 복지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형편은 그러한 현상을 무색케 하고 있다. 문화예술 및 관광과는 여전히 한직으로 치부되고, 문화예산 역시 전체 예산의 4%선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선5기 출범당시 공약을 살펴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지역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사업보다는 추상적인 개념의 문화예술지원책이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전체 공약에서 차지하는 건수와 소요사업비도 미미하다. 민선5기에서 진행된 문화예술분야 사업도 하드웨어적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그동안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민선5기 염홍철 대전 시장은 핵심 공약사업 8대 분야 54개 사업 중 문화관련 공약으로 ‘문화관광’ 분야에 9개를 제시한 바 있다. 그 중 임기 내 완료 사업이 4개이고, 임기 후 지속사업이 5개이다. 문화관광 분야 공약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소요사업비도 미미하지만,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고 도시이미지 브랜딩 및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의지를 느끼기엔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공약 중에 일부는 구색 맞추기로 들어가 있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특히 대전 푸드&와인 페스티벌 사업의 경우 문화관광 분야에서 유일하게 10대 중점관리 사업에 포함되었는데, 이 사업은 올해 시비 11억 원을 들여 10월 12일~15일까지 4일 동안 대전컨벤션센터, 대전무역전시관, 엑스포한빛광장 일원에서 ‘2012 대전 국제 푸드&와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주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세계 푸드&와인 전시홍보관, 푸드 프린지 페스티벌, 푸드&와인 콘서트, 푸드&와인 스쿨 등의 행사가 진행될 예정으로 제8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및 국제 학술대회 등도 함께 개최된다고 한다. 대전시가 올해 푸드&와인 페스티벌을 통해 대전의 대표축제를 육성하고 대전경제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부정적이다. 와인이라는 주제 자체가 대전의 도시 이미지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할 수 없고, 그 부가가치 역시 기대치가 낮다는 것이다. 이는 돌솥밥과 삼계탕을 대전의 대표음식으로 선정한 것만큼이나 생뚱맞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008년 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되었던 H2O페스티벌이 단 한차례만 개최되고 사라져버린 것처럼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시민의 세금이 와인 한잔으로 사라져버리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또한 충남도청 부지를 활용한 한밭문화예술 복합단지 조성사업 역시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된 바 있다. 대전시는 지난해 말 대전발전연구원의 용역을 통해 2012년 말 이전하는 충남도청 부지에 ‘대한민국문화예술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후 원도심 상인회와 중구청 등에서 중구청을 충남도청으로 이전하고 중구청 부지에 쇼핑센터를 건립해야 한다는 안이 제시되기도 했고, 지난 총선에서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충남도청 본관마저 철거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제2캠퍼스와 방송예술원 등을 유치해야 한다는 안이 제시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대전시는 대전, 광주, 대구 등 3개 시 공동으로 도청부지의 국비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청 소재지 관할구역 불일치는 법률적 근거에 의해 국가관리, 운영 차원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이전부지 활용도 원인자인 국가가 특별법 제정을 통하여 직접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국가재정 역시 4대강사업 추진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원활히 이루어질지 미지수이다. 민·관 그리고 정치권 모두의 협력과 시민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데, 대전시의 주도적인 역할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제 중반을 넘어선 민선5기 시정이 대전을 행복한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더욱 경주해주길 바라며, 몇 가지 제언을 덧붙이며 글을 맺고자 한다. 우선 하드웨어적 건설은 신중해야 한다. LED거리조성, 문화예술센터, 국악전용공연장, 전통나래관, 문학관 건립 등 다양한 문화공간의 신규건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도시규모와 인프라를 고려한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 최근 타 도시에서는 오래된 건축물들을 재생하여 공존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대전시도 도시의 역사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건물들을 재생하여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로 축제는 도시 정체성과 따로 일 수 없다. 차라리 사이언스 페스티벌 같은 축제를 좀 더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큰 축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작은 마을축제를 육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축제라는 것이 시민이 함께 참여하여 즐길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우리가 즐거워야 다른 지역사람들도 오고 싶어지니까 말이다. 셋째로 연구단지와 원도심의 분리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전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과학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과학의 메카라는 대덕연구개발특구는 대전과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다. 강북과 강남처럼 갑천이북과 갑천이남이 존재한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과학 도시로써 이점을 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이 필요하다. 넷째로 문화재단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문화재단도 어느덧 설립 3주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초기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역 문화예술을 체계적으로 확립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그 중심역할을 해줄 문화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전시는 문화재단이 독립적이고 창의적으로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하고 펼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야말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원칙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아래로부터의 문화정책 제안이 활발해지길 바란다. 올해 대전시는 익사이팅(Exciting) 대전을 구현하고, 대전을 메갈로폴리스 중심도시로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모두 대전 시장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조직내부 또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문화정책 제안이 활발해졌으면 한다.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은 아무리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청바지를 입는다고 해도 창의적일 수 없다.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제안이 많아질수록 문화도시로 가는 길이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