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조수희(회원, 공감만세 코디네이터)
몇 년 만에 돌아온 대통령 선거란 말인가, 이제 며칠이 채 남지 않았다. 몇 년을 기다렸는데 며칠을 못 기다리겠는가. 하지만 기다리면 달라질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내가 막 투표를 할 수 있었던 20대가 되던 대학생 때의 나를 떠올려 본다. 사실 대학생 때는 잠깐 시간 내어 클릭 몇 번으로 정치 기사를 살펴보는 것 외에는 나와 정치는 큰 상관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물론 탄핵, FTA,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 등 화제가 된 내용에 대한 큰 관심을 가졌다. 그것은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관심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뉴스가 전해지고 새로운 화두가 생기면 그러하듯 관심이 지속되지 않았다. 대학생이라면 대학 등록금에 관심을 가질 만도 한데, 국립대에 다니는 나는 다른 대학에 비해 비싼 편이 아니라는 위안으로 그런 화제에 대해서도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는 취업이 우선이고, 그러기에는 졸업이 우선이고, 학점이 우선이었다. 나는 내 앞에 놓인 과제가 세상의 문제보다 더 시급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세상에 대한 불만은 많으면서도 행동하지 않고 떠들었고, 외면했다. 그렇게 나는 비겁했다. 앞만 보고 달려가던 나에게 ‘나 이렇게 계속 걸어가도 될까?’하는 질문이 잠시 나를 멈추게 했다. 누구나 그러하듯 세상이 더 좋아지길, 나아지길 바라는 그러한 희망들은 나를 꿈틀되게 만들었다. 생각들이 많아지다가 낸 결론은 ‘움직이자’였다. 어느 날부터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세상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러다 우연히 사회적 경제를 접하고, 지금은 공정여행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하고자 하는 사람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세상의 변화를 외치고 있다. 내가 외면했던 세상에 대한 마주함은 때로는 더 절망적이기도, 더 아름답기도 했다. 화려한 리조트와 해변 저 너머에는 하수시설 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썩어 고인 물웅덩이 위를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을 마주했다. 주민들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그 위에 호텔을 세우고 즐기는 우리들을 바라봤다. 여행을 하며 세상을 만나며, 우리를 보게 됐고,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삶 속에서 연관된 정치와 그것들을 뒤에서 움직인 사람들을 보게 됐다. 보여 지는 대로 믿었던 나는, 순진한 나는, 바보였던 것이다. 자본에 의해서, 언론에 의해서, 권력에 의해서 우리는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갈 수 있다. 그것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지, 많은 사람들이 소리쳐 진실을 알려내야 한다 생각했다. 그리고 수많은 곳에서 지금도 수많은 변화들이 일렁이고 있다 믿는다. 나는 보여 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들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우리 동네에 무엇이 사라지고 대형마트가 들어오는 것도, 내가 매일 타고 다니는 버스의 노선이 바뀌고, 아름답게 흐르던 강의 물길을 변하게 하는 것도 정치였다. 내가 항상 멀게만 여기던 정치가 바로 내 삶에 있었던 것이다. 내 삶 속에서 정치를 느낀 이후 나는 이번 대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이 20대에게 투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만큼 20대의 투표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그 친구는 당연하게 투표를 안 한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왜 해야 되는 지 이유를 찾지 못한 것 같았다. 투표는 그에게 귀찮음이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삶과 자신의 한 표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 투표로 자신의 삶의 변화를 예상했다면 그는 어떻게든 투표를 한다 했을 것이다. 그렇다. 청년 일자리 확대 수없이 외쳤지만 주변에 청년들의 삶은 취업하기에 더없이 바쁘다. 나는 이것이 20대만의 문제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청년들에게 정치는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떠한 연결고리도 찾지 못하고 다시 그들은 홀로 취업의 길을 찾아 갔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공약은 공약일 뿐이었고, 그들의 가슴을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에 상관없이,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그리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하다면 국민의 기본적 권리인 한 표 조차 행사하지 않고 떠든다면 그것은 참 비겁한 일이지 않은가? 앞으로 맞이할 동시대를 함께 살아갈 우리에게 이 땅의 주인이 되는 한 걸음,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는가? 어떠한 변화를 기대했었는지에 대해 다시 묻는다. 무엇을 기대하고 꿈꾸었는지에 대해서는 희미해졌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 지는 안다. 나는 희망을 노래할 것이다. 중학교 때 외웠던 영어 명언이 오늘따라 유난히 떠오른다. ‘Never deprive someone\'s hope; it might be all they have.\' (다른 사람들의 희망을 빼앗지 말라; 그것이 그들이 가진 전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