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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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르면 내년 7월경에는 대전·충청지역에도 국가인권위원회 지역 인권사무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부터 지역 인권사무소 설치운동을 벌인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로서는 7년여 만에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김대중 정부의 공약사항으로 시민사회진영과의 오랜 논의 끝에 지난 2001년 출범한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든 취지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인과 단체의 인권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인권침해 사례들이 국가기관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과연 인권위원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출범 당시부터 의문이 많았고 그 물음표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인권사무소는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를 구제하고 인권친화적인 지역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2005년 부산과 광주사무소를 시작으로 2007년 대구사무소까지 지역 세 곳에서 설치되었다. 이번에 대전에 충청지역을 아우르는 지역인권사무소가 생기면 6년 만에 네 번째 지역사무소가 개소하는 것이다. 부산, 광주, 대구 지역인권사무소에서 일하는 정식 직원은 일곱 명이다. 하지만 부산인권사무소가 관할하는 부산, 경남, 울산지역의 인구는 8백만이고, 대전, 충청지역만 해도 5백2십여 만 명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인구와 넓은 권역을 책임지는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이 10명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역사무소에 일하는 직원들의 업무 과부하와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대응부실을 의심해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인권위원회와 지역인권사무소가 가지는 태생적인 한계이기 때문에 대전인권사무소는 이러한 의구심보다는 새로 생기는 지역인권사무소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지역인권사무소가 공식적으로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 상담 및 진정서 접수 - 긴급한 인권침해․차별행위에 대한 현장 기초조사 및 구제사항 - 면전진정(위원회 직원 앞에서 하는 진정)의 교정시설 사건에 대한 조사 - 다수인보호시설에 대한 조사 - 인권교육․홍보 및 유관기관․단체와의 교류․협력 그동안 지역사무소가 없는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2010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대전 · 충청지역의 진정건수는 1,432건에 이르렀기 때문에 향후 지역민의 인권상담과 진정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긴급한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에 대한 현장 기초조사의 경우 부산인권사무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양의 송전탑을 저지하는 주민들과 진주의료원의 환자나 노동조합원들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효과에 대해 회의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초조사나 구제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보다 쉽게 지역의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약하나마 유의미한 효과는 있을 것이다. 서울경기권역과 영남권역과 함께 충청권역에는 아주 많은 교정시설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지역의 교정시설 수용자와 그동안 인권보호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던 지역의 정신의료시설 수용자는 보다 쉽고 빠르게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와 상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인권사무소가 있는 지역사회에 의견을 물어보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가장 파급력이 큰 부문은 지역 인권교육 분야라고 하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다. 기존의 3개 지역 인권사무소의 인권교육 현황을 보면 2011년 544회, 41,067명, 2012년에는 582회, 62,169명의 지역민들에게 교육을 했다고 한다. 일부 인권단체들의 소규모 부문별 인권교육만 진행되고 있고 공공부문에서 진행하는 인권교육 소식을 거의 접해보지 못한 우리 지역 상황에서는 이는 새로운 변화의 경험이 될 것이다. 각급 행정기관 공무원, 시의원, 구의원은 물론이고 기자, 시민사회, 기업에 이르기까지 지역 인권교육의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이외에도 지역 내 검찰, 경찰, 군대와 같은 권력기관들에게 보다 가까워진 지역인권사무소는 경계효과를 가져와서 좀 더 인권친화적인 행정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넓은 의미에서는 거의 모든 시민단체들이 인권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인권문제와 인권교육을 중심으로 지역인권사무소가 시민사회의 허브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지역 인권단체의 역량이 미비한 상황에서는 자칫 주객이 전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지역인권사무소에 너무 기대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거버넌스 관계여야 할 것이다. 지역인권사무소가 지역 내 모든 인권문제를 말끔히 정리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동안 존재하지 않던, 그것도 인권문제를 다루는 기관이 지역 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이용한다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