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장수찬(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상임의장)
6.4 지방선거 결과 대전이 야권도시가 되었다. 1995년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대전이 야당의 영토가 되었다. 우선 선거결과를 결정지은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물론 야권 승리는 다양한 변수들의 종합적 산물이다. 선거는 통상적으로 ‘구도’(계층투표, 지역주의투표, 세대투표 등), ‘이슈’, 그리고 ‘인물’에 의해 결정된다. ‘구도’는 고정된 변수이기 때문에 가변적 선거결과를 설명하는데 무리가 있다. 따라서 개별 선거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슈’와 ‘인물’변수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이슈를 살펴보자.6.4 지방선거에서 지역정책이슈(구도심개발, 도시철도 2호선 등)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반면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혹은 ‘세월호 책임론’과 ‘박근혜 사수론’이 정면충돌했다. 지방선거가 중앙정부에 대한 평가(‘회고적 투표’)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분권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의 지방분권 하에서 유권자들이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차별성 있는 정책을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선거는 ‘어려운 쟁점’을 가지고 성패가 갈리지 않고 ‘쉬운 쟁점’으로 성패가 갈린다. 유권자들은 정치정보와 인지수준의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해하기 ‘쉬운 쟁점’을 가지고 투표하는 경향은 갖는다.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공약이 커다란 차별성을 갖는 것이 실제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지방선거는 중앙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기능을 해왔다. 5번에 걸친 지방선거에서 집권한 후 18개월 이상이 지난 정권이 중간평가에서 무조건 패배했다. 6.4지방선거결과를 전국적으로 보면, ‘세월호 책임론’과 ‘박근혜 사수론’이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만들어낸 선거결과이다. 야권이 세월호 책임을 물으면서 ‘정권심판론’의 제기했으나 유권자들는 박근혜정부의 초기 좌초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안야당으로서 신뢰를 유보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집권여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와 국정운영의 전환을 요구했다. ‘세월호 책임론’도 부분적으로 작용했다. 세월호 책임론에 동조했던 40대의 야권지지율이 2012년 대선과 비교하여 보면 크게 확대되었다. 이슈를 어느 한쪽 정당이 선점하지 못하자, 유권자들은 인물 중심적으로 투표했다. 특히 지역주의 정당 헤게모니가 관철되지 않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인물본위 투표는 두드러졌다. 대전의 6.4 지방선거결과가 야권승리로 결론이 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후보자 풀(pool)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시장-구청장-시의원-구의원 후보자 패키지가 여권 후보에 비해 앞섰다. 선거결과를 살펴보면, 야권 후보자 패키지의 우위성을 확연히 드러난다. 대전 시의원 정당비례 득표율은 새정치 47.7% (진보진영이 획득한 5.3%를 합치면 야권 득표가 53%에 이른다) 새누리가 46.3%를 획득했다. 구청장 선거에서는 새누리가 1곳, 새정치가 4곳에서 승리했고, 광역시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 5석, 새정치연합 14석을 획득했다. 그리고 구의원 선거에서도 새정연이 새누리를 앞섰다. 이것은, 추측컨대, 권선택 시장 후보가 구청장-시의원-구의원으로 구성된 후보자 패키지 우위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6.4지방선거에서 대전지역 유권자들의 투표형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드러냈다. 지역주의 헤게모니 정당이 없는 첫 번째 지방선거에서 계층투표가 확연히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면, 신중산층 밀집지역에서 새정연 후보들이 압도적으로 표차로 당선되었고, 중하층 밀집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하층 주거 밀집지역에서, 대덕구제1선거구 (오정동,대화동, 법1동, 법2동),동구제3선거구 (가양1동,가양2동, 용전동, 성남동), 서구제2선거구 (복수동,도마1동, 도마2동, 정림동),중구제1선거구 (은행동, 선화동,대흥동,문창동,대사동,석교동, 부사동),대덕구제2선거구에서 새누리당 시의원 후보자들이 승리했지만, 신중산층 밀집지역에서는 새정연 후보가 압도했다. 둘째, 원적지별 투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세대별 투표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점에서 대전 유권자의 투표행태는 서울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셋째, 시장-구청장-시의원-시의원비례-구의원-구의원비례선거에서 지역별로 유사한 투표형태를 보여 주었다.동별로 유사한 투표형태가 나타난 것은 정당투표가 일관성 있게 이루어진 결과로 추측된다. 따라서 유권자의 정당정체성이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변수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6.4 지방선거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지역운동에 제기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됨으로서 지역의제들이 사라지고 중앙정치만 있는 지방선거를 변화시켜야 한다. 현재와 같이 지방정부가 재정권, 사무분장권, 입법권 등이 없는 상황에서 지방선거는 후보자 간의 차별성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지방분권의 질적 확대가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제기될 필요가 있다.95년 지방자치 체제의 질적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사회적 담론이 시작되어야 한다. 95년 체제는 기본적으로 가장 기초적인 지방자치권을 지방주민에게 부여했다. 지방자치권의 확대 없이는 지방자치가 주민들의 민주주의 학교로 기능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변화된 정치 환경에서 대전참여자치 운동의 방향을 고민해 보자. 참여운동의 공간이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 공간을 운동엘리트들이 독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새로운 지방정부아래 확대되는 정치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정부공간에 시민들과 함께 참여하는 방안들을 창안하고 제시함으로서 시민참여적 시정운영이 되도록 견인해야 한다. 시민참여를 보다 광범위하게 조직해 나감으로서 정부와 운동 사이에 건전한 긴장관계를 조성해야 한다. 시민들의 직접참여를 통해서만이 좋은 정부가 탄생할 수 있음을 학습하는 기회가 되어야 하며, 시청을 시민들의 아크로폴리스로 만들기 위한 전략적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