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신정섭(대전교육연구소 연구실장)
설동호 대전광역시교육감이 취임한 지 어느덧 1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대전교육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언뜻 눈에 확 띄는 변화가 생각나지 않는데, 연일 신문과 방송에 뜨거운 이슈로 오르내렸던 ‘대전고 국제고 전환,’ ‘검찰 수사 중인 대성고 자사고 재지정’ 이 두 가지만 뇌리에 선명한 것으로 보아 교육감의 시책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인 듯하다. 지난 6월 30일, 사단법인 대전교육연구소(소장 성광진)가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취임 1주년을 맞아 토론회를 열었다. 필자가 기조발제를 맡았고 정기현 대전시의원, 문창기 참여자치 사무처장, 이건희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장, 소순영 전교조대전지부 정책실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당시 나왔던 이야기를 토대로 설동호 교육감 1년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작년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무난한 승리를 거둔 설동호 교육감은 전임 김신호 교육감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중도 보수’ 인물이라는 평이 많다. 실제로 대전교육연구소가 지난 6월 대전에 살고 있는 초중고 교사 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설동호 현 교육감의 이념적 성향은 전 교육감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다수(70%)를 차지하였다. 설교육감 본인은 ‘개혁적 보수’로 분류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1년 간 그가 펼친 시책들을 평가해 볼 때 눈에 띄는 개혁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전에 살고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제 대전도 좀 달라져야 하지 않나? 혁신학교도 좀 만들고...”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불행하게도 현 교육감한테 그런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교육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 좀처럼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제자리걸음만 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 때 전국적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9시 등교 정책’을 생각해 보자. 9시 등교를 둘러싼 혼선은 설교육감 특유의 ‘제3지대 리더십’을 잘 드러내 주었다. 진보교육감 진영에서 교육 개혁의 화두로 9시 등교 정책을 들고 나오자, 설동호 교육감은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면서 계속 타 지역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가 세종․충남․충북 등 이웃 교육청에서 앞서 나가자 할 수 없이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행복등교 자율시행 권장안’! 등교시각은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설문조사 결과는 참조만 하라는 것이었다. 대전의 등교시각 늦추기 정책은 이렇게 허망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럼 혁신학교는? 진보교육감처럼 대전형 혁신학교를 만들겠다는 그의 구상은 취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설교육감의 유일한 개혁적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철학의 부재와 준비 부족 등으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 게다가 ‘창의인재 씨앗학교’라고 이름붙여진 대전형 혁신학교는 무늬만 혁신학교일 뿐, 기존의 정책 연구학교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뚜렷한 비전과 체계적인 준비 없이 포퓰리즘(대중을 의식한 인기영합주의)으로 공약화한 탓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전고를 국제고로 전환하는 문제도 뜨거운 감자였다. 김신호 전 교육감이 자신의 치적으로 삼아 유치한 정책을 설동호 교육감이 이어받은 것이지만, 대전국제고를 국제중과 분리해 일반고에서 전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이슈가 더 뜨거워졌다. 더군다나 그 전환 대상 일반고로 98년 전통의 대전고가 낙점되면서, 설교육감 주변 대전고 인맥이 사전에 치밀한 로비를 한 결과가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특히, 전환 신청을 한 대전고가 충분히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채 밀실행정으로 동창회 승인을 받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전고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육부의 조건부 동의안을 수용해 사실상 국제고 전환이 확정된 지금까지도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는, 대전고등학교를 국제고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68%)가 찬성(18%)을 압도하였다. 교육감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유․초․중․고․대학 연계교육도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에서 설정한 교육과정의 위계가 잘못되었다는 전제 하에 출발하고 있으나, 그 잘못을 고쳐 낼 대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초등 놀이통합교육인데, 올해 학교평가에 ‘하루 50분 놀이시간 편성’이라는 지표를 설정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억지 놀이시간 편성이 학교 내 안전사고 위험을 증가시키고, 도리어 교육과정의 파행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자 대전시교육청 초등교육과에서 “놀이통합교육으로 오히려 안전사고가 줄었다”는 논조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교육청이 안전사고 관련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실적 부풀리기를 시도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교육감의 철학과 소신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은, 지난 6월 18일 시교육청 자율학교 지정․운영위원회가 채용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는 대성학원 소속 대성고등학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 연장’을 결정한 것이었다. 평소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조차도 이 결정은 잘못되었다고 평가했다. 교육감이 비리사학과 유착관계에 있거나 최소한 비호한 증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법인 이사 부부를 포함해 구속자만 4명이 발생했고, 문제유출 및 금품 제공 등 검은 거래에 연루돼 사법 처리될 교사가 최소 열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비리집단에 취임 1년 차 교육감이 면죄부를 발행한 것이야 말로 치명적인 실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설동호 교육감의 지난 1년은 기대보다 실망이 큰 한해였다. 무엇보다도, 뭔가 새로운 교육 청사진을 기대했던 교육가족과 대전 시민들에게 안겨 준 선물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보니 현장의 교사들은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설문조사에서 학교 선생님들은, 설교육감의 지난 1년에 대해 점수를 매겨 달라는 요청에 미(42%), 양(26%), 우(21%), 가(9%), 수(2%)의 순서로 답하였다. 설문 문항 한 가지만 더 소개하고자 한다. 초중고 현장 교사들에게 설동호 교육감에게 바라고 싶은 점을 2가지 고르라고 요청하였다. 그랬더니 ‘학교혁신을 위한 비약적 노력(24%),’ ‘학력신장보다 인성교육 강화(21%),’ ‘교권보호 및 학생인권조례 제정(20%),’ ‘지역․계층 간 교육격차 완화(13%),’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 확대(12%),’ ‘공교육 강화 및 사교육 억제(10%)’ 등의 순으로 응답하였다. 향후 대전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짚어주신 것 같다. 교육감 혼자서 대전교육을 다 짊어지고 가는 건 아닐 것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함께 고민하고 노력할 때 대전교육이 발전한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설동호 대전교육감에게 부탁드린다. 귀를 크게 열고 교육주체의 다양하고 소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교육청 안에만 머무르지 말고, 학교 현장을 최대한 많이 방문해 민의를 수렴해야 한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대전의 아이들은 얼마만큼 어제보다 더 행복했을까?’ 늘 성찰하는 교육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