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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메르스 사태 어떻게 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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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백주(회원, 서울서북병원장)

 

메르스라는 신종 감염병이 무더워지는 한국의 6월을 정지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메르스 사태는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어 많은 사람들을 허망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어떤 사람은 한국의 의료는 매우 발전했을지 몰라도 보건 즉, 예방체계가 이렇게 부실할지 몰랐다고 푸념하기도 하였는데 그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우선 제2의 메르스는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 사람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한국을 강타한 신종감염병의 특성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사스, 신종플루 등 최근 한국에서 유행했거나 유행에 임박했던 신종감염병은 모두 열대지방에서 시작했고 동물에게서 사람에게로 건너온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종감염병은 활발한 국제교역과 관광 등 국가간 교류의 증가라는 시대적 특성과 기후온난화 현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모두 한국에 이러한 신종감염병이 더욱 자주 접근해올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외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신종감염병의 유행이 앞으로 자주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 하에 체계적인 예방대책을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체계적인 신종감염병 예방대책이란 무엇일까? 우선 신종감염병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신종감염병이란 이제까지 흔히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감염병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크게 네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이제까지 인류에게 병을 일으키지 않았던 미생물이 새롭게 병을 일으킨 경우, 두 번째는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질병의 원인균을 새롭게 발견한 경우이다. 세 번째는 이전에 질병을 일으켰던 감염균이 한때 자취를 감췄다가 기후변화 및 국제교류 증가 등 새로운 환경변화에 따라 다시 재등장한 경우이고 마지막 네번째로 이미 알던 병원균이 치료제로 쓰이던 약에 새롭게 내성을 갖추고 등장한 경우이다. 이 가운데서도 새롭게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등장한 첫 번째가 가장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야생의 동물에서 기인하여 가축으로 기르는 동물로 우연히 퍼졌다가 다시 사람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 형태인데 이 과정에서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항원성(공격성)이 생긴다. 이때 새롭게 출현한 병원성 미생물은 인간이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항원성을 가지고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공격함으로써 갑자기 대규모의 감염병 발생이 가능하게 된다. 이를 이번 메르스처럼 신종감염병유행(Pandemic)이라고 부르게 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종감염병은 에볼라, 신종인플루엔자, 사스와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 변종), 웨스타나일바이러스 등이 있다. 이러한 신종감염병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공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치료약제 및 백신 개발이 항상 시차를 두고 뒤늦게 이루어지게 되며 따라서 현대 의료시스템으로 대응하기에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신종감염병을 발견하고 미리 대응하는 예방 및 공중보건 시스템의 구축과 활용이 매우 중요하게 되며 또한 일단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환자 확산의 단계별 상황에 따라 격리 치료체계 구축도 중요하다. 아울러 평상시 및 유행시의 예방대책에 대한 교육 홍보 등 의사소통체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며 환자의 체액 등을 통한 진단과 백신 개발 등 연구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신종감염병 대응체계는 소위 공공보건의료체계의 일환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투자 및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와 보건기관 및 국공립 의료기관의 리더쉽이 전체 보건의료전달체계에서 발휘되어야 한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공공의료는 모든 국민의 건강을 보장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공공의료 수행의 주체는 모든 국민 그리고 모든 의료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를 모든 국민이 지지만 군대라는 핵심역량을 두어 전시와 평시 전쟁억제력을 주도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공공의료도 국공립의료기관의 주도적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메르스 같은 신종감염병 유행은 언제 어느 때 어느 정도 규모로 지역사회에 질병발생의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충분히 이러한 질병발생에 대비하고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종감염병 대응 분야에서 예방영역과 치료영역으로 나누어 공공보건의료체계의 역할을 기술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행정력을 동원하여 국내외 신종감염병 발생 현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하고 국내 혹은 특정 지역 발생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종감염병 발생이 인지되었을 경우 역학조사, 격리, 확산방지 등 예방책을 훈련하여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평소 신종감염병 예방수칙 및 매뉴얼 등을 개발하여 교육, 홍보하고 관련기관간 혹은 관련기관내에서 시뮬레이션 훈련 등을 통해 대응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하여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제대로 기능을 하여야 하고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감염병관리센터(혹은 감염병관리본부)가 새롭게 만들어져 체계적인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보건소가 이러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현재 대전시는 이러한 감염병관리센터가 부재하여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감염병 감시 및 대응 능력 향상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치료영역에서의 공공의료기관 대응을 살펴보면 우선 음압병실(단순 음압격리시설 및 음압중환자실 등을 갖추되 음압시설은 전실 및 방안에 공기가 새지 않는 기밀성 보장 등을 갖추어야 함)이 갖추어져야 하고 이때 음압병실은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오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동선 분리를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용도로 음압병실활용이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별동이나 별관 개념으로 건립 운영된다. 또한 감염성 위험이 높은 환자 진료를 위해서는 호흡 및 점막 등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완벽한 방호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뿐 아니라 방호복 착탈에 대해 평소 훈련을 통해 숙달되어있어야 한다. 이러한 대비는 의사와 간호사 뿐 아니라 청소, 검사, 이송 등에 관여하는 인력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대응은 민간의료기관에서는 평소 갖추기 어렵고 또한 이에 따른 대응인력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공공의료기관에서 전담하여 체계적인 준비가 있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 상에서 신종감염병 치료 영역을 분화하면 1, 2, 3차의료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1차의료는 외래 기반으로 의심자 선별진료 기능을 수행해야 하고 주로 보건소 및 지방의료원 등이 담당하게 된다. 다음 2차 의료는 의심자 및 접촉자 격리입원 의료기관으로 단순 접촉자라 자가격리 등이 필요하지만 다른 질환이 동반되어 있어 병원의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주로 지방의료원 등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3차의료는 신종감염병 중환자 격리입원치료기관으로 대학병원 등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대전시는 무엇보다 대전시 지방의료원으로 대전의료원이 없어 이러한 신종감염병 대응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메르스 진료과정에서도 의심자 및 접촉자이지만 다른 질병이 동반된 경우 대응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에서의 이야기다. 실제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등 전문인력을 선발하여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치료에 대해 연구를 하다가 막상 신종감염병 환자가 왔을 때 안정적인 진료에 임하는 것이 대전의료원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감염관리실도 체계화 하여 병원내 감염관리를 선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며 대전시청, 보건소, 관내 대학병원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비상시 환자 의료 및 연계에 대한 원활한 환자 이송 이뢰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대전시는 이미 대전의료원 설립 필요성을 간파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오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감염병 관리 관련으로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한 바는 다소 미흡한 실정이므로 이러한 반영이 이루어져야 하고 대전의료원 설립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수도 있는데 흔들리지 않고 대전의료원 설립이 추진되도록 시민 및 대전참여자치연대의 관심과 참여도 중요할 것이다. 제2의 메르스 유행은 그리 멀지 않을 수 있다. 이번 메르스 유행으로 곤란을 겪은 교훈을 깊이 되새기고 향후 제2의 메르스 유행에 대한 대비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갖추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과제도 그렇지만 시민의 열정적인 참여만이 대전시 공공의료의 미래를 힘껏 개척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될 것으로 낙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