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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주장

시민권력화의 길-저성장시대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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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선(회원, (사)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총선이 끝났다.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려는 유권자의 의지는 정치권의 분열과 야합, 협잡에도 불구하고 지혜롭게 표출된 셈이다. 독선과 불통의 국정운영은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제1당의 지위를 갖게 된 더민주당은 박근혜 정권 심판을 위한 반사이익으로 제1당이 되었을 뿐 스스로 수권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없다. 대표적인 증좌가 호남의 석패다. 아울러 제3당의 지위를 갖게 된 국민의당도 호남석권의 성취가 있지만 새정치의 내용에 대한 국민의 공감이 아니라 반문제인 정서에 기댄 성과에 그친 한계를 갖고 있다.   정국은 다가올 대선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로 요동치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다수의 참재 친박 대선후보의 탈락과 비박계의 대안 부재로 내홍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야권도 호남과 비호남 개혁유권자진영이 분리로 드러난 정치구도를 어떻게 통할할 것인가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커질 것이다. 여당심판으로 끝난 총선결과가 정치권의 정치공학적 갈등의 증폭을 예고하지만 다가올 대선은 회고와 심판이 아니라 미래가치와 희망에 대한 투표라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야권의 입장에선 호남과 비호남개혁진영 유권자의 통합을 이끌어낼 리더쉽이 필요하겠지만 이것은 어쩌면 필요조건에 그칠 뿐이다.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리더쉽은 결국 미래가치를 제시하고 새로운 꿈에 대한 국민 공감을 만들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은 회고와 심판이 아니라 미래가치에 대한 선호를 증명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저성장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세력이 승리할 것이하는 예측을 해본다. 지난 총선에서는 여야 정당과 정치인들이 이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했다. 모두가 잘 알듯이 지금 우리가 겪는 저성장은 경기 순환 주기상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투자 위축과 실업률 증가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가 동시에 문제가 되면서 고도성장 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시대’로서 저성장 시대를 맞이했다.   새로운 시대로서 저성장 시대는 고도성장의 시대와 다른 해법을 필요로 한다. 고도성장시기에는 인구가 증가했고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됐다. 그래서 지속적인 개발 수요가 창출되었고 부동산 가격 상승이 필연적이었기에 정부가 시장을 자극하는 개발계획과 인허가만 해주어도 다양한 개발과 성장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런 고도성장의 혜택을 누군가는 누렸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는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이 불가능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분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움직임이 대안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시장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기가 어렵다면 대안은 정부의 공공재정을 통해 문제를 풀어 가야한다는 접근이 강활 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시대라고 하지만 좌파우파 모두에서 오히려 정부의 기능을 중시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저성장 시대에 걸 맞는 정부의 역할, 정부 조직의 구성과 운영의 변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저성장 시대의 정부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듯하지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다. 저성장의 결과 소득의 정체와 하락으로 세수 또한 감소하기 때문에 국가 재정의 여건은 더욱 안 좋아진다. 투자의 부진과 만성적인 상시 구조 조정으로 경기는 항상적으로 어렵고 실업률의 증가와 소득의 양극화가 나타나게 된다. 당연히 복지수요의 확대로 인해 정부 재정의 압박은 더 커지게 된다. 정부의 세입은 줄고 세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새로운 문제 해결의 수단을 갖기도 어렵다. 그러나 정치권은 증세를 추진할 의지도 없기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고 어떤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 자체가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정치권은 해법을 내 놓아야 한다. 미래학자 짐 데이터는 “지난 시절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한다는 잘못된 믿음이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했다. 총선을 넘어 대선에서는 다른 시대에 맞는 다른 대안이 무엇인지 쟁점이 될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옛날 노래만 틀어대는 식의 정치로는 저성장 시대를 헤쳐 나갈 힘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저성장 시대에 걸 맞는 정부 기능의 전환에 대한 주장도 내놓아야 한다. 고도성장 시대 방식으로 형성되고 발전되어온 정부, 관료제도를 새로운 저성장 시대에 맞추어 변혁하는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공약도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전통적인 정부가 시장의 역할을 키우거나 정부의 역할을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 했다면 저성장 시대의 해법은 시민사회의 능력을 키우는 정부의 길을 탐색해야 한다. 시장의 규칙제정자, 심판으로서의 기능에 초점을 둔 접근을 넘어서 주권자인 시민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힘을 부여하는 ‘시민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정부’, ‘시민을 주체로 권력자로 키워가는 정부의 길’을 고민해야 한다. 시민권력화의 새시대, 능력개발정부를 만들어갈 국가 리더와 세력을 만들어갈 과제는 정치권의 숙제만이 아니다. 바로 우리 유권자들이 이런 정치세력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저성장 시대의 대안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