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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주장

20대 총선 과정과 결과를 통해 본 민주주의 확장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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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회원, 정치학박사)

 

20대 총선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새누리당의 의회 내 다수당 수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했던 사전 여론조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부상하고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훨씬 넘어서는 의석을 획득하며 제3당의 지위에 차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민주통합당의 압승을 예견했던 선거전 여론조사와 달리, 실제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의 의석을 획득했던 19대 총선과 완전히 반대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20대 총선의 결과는 그 징후들이 곳곳에서 그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 신호들이 실제 투표에서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20대 총선의 과정에서 이른바 3무(無)니 5무(無)니 하는 관전평들이 있었다. 다시 말해, 박근혜 효과, 두드러진 정책 쟁점, 심판론, 후보단일화, 지역주의 등이 이전 선거에 비해 없거나 약한 채로 선거경쟁이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이들 요인들 중에는 그간 보스중심의 정치, 지역감정에 편승한 선거경쟁, 정책이 빠진 바람선거와 같이 한국의 정당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특징을 나타내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특성이 없어진 선거였다고 해서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점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공천파동의 효과가 이러한 요인들을 압도했지만, 이 역시 보스정치 혹은 계파정치의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선거과정과 결과에서 관심을 두었던 몇 가지 지점이 있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는 지역주의는 과연 약화되었는가의 문제에서, 호남과 영남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가 각각 당선된 결과를 본격적인 지역주의의 해체로 해석하기에는 그 규모나 내용 차원에서 유보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통적인 새누리당계 지지기반이었던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 소속 당선자가 증가하고 울산에서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2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다. 호남지역에서 2명의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선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는 1인 2표 방식의 혼합투표제 하에서 분리투표가 이루어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각 지역에서 당선된 인물들을 보면 장기간 지역에서의 활동을 통해 검증을 받는 기간을 거친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국민의당이 획득한 지역구를 보면 서울의 2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호남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 박지원 후보와 정동영 후보 등 민주당에서 탈당한 구정당체계의 인물들이 국민의당으로 출마하여 당선된 사례이기에 지역주의의 해체로 해석하는데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정당 배경보다는 인물중심의 선거 결과로 볼 수 있고 20대 총선에서 각 당의 공천파동의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을 지역주의 해체의 본격적인 신호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비례대표 투표의 결과도 이러한 차원에서 해석을 할 수 있다.    먼저, 새누리당은 전남․북과 광주에서 지역구 당선자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19대에 비해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득표율이 낮아진 것으로 확인된다. 민주당은 19대에서 31.78% 득표했던 부산에서 20대 총선에서는 26.64%를 득표해 득표율 감소를 보였고 나머지 영남권에서 평균 1~2% points 정도 하락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비례대표 득표현황에서 지역의 정치적 대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욕구가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의 정당으로 향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세대갈등의 내용이다. 20대 총선에서는 전체 세대에서 투표율이 증가한 가운데, 20대의 투표율 증가가 두드러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와 언론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투표율은 18대 총선에서 28.1%을 나타낸 이후, 19대 총선에서 43.5%, 20대 총선에서 49.4%로 지속적인 증가를 보였다. 다른 연령대의 투표율도 20대 보다 적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선거 다음 날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20대와 30대는 국민의당보다 민주당에 가장 많은 표를 주었고, 40대와 50대는 국민의당에 더 많은 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60대 이상은 새누리당에 가장 많은 투표를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낳은 원인은 무엇이고 세대갈등으로 표현되는 정치적 선호의 차이는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할까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에 대응하는 “효녀연합” 혹은 “호로자식연합”의 대결과 같은 현상적 정황만으로 설명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대략 2007년 12월 대선 이후로 파악되는 이른바 “20대 개새끼론”이 현재의 20대를 어떤 식으로 정치적으로 자극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어쩌면 현재의 20대는 권련기관이 개입한 것으로 최근에 일부 언론에 의해 조금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의 조부모세대보다 민주화 세대였던 “꼰대 86세대”에 대한 반감이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는 후보단일화에 관해서인데, 20대 총선에서는 정당 간 혹은 후보 간 단일화가 이전 선거에 비해 없거나 축소되었다. 후보단일화는 민주화 직후인 1987년 대선과 1988년 총선을 거치며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 하에서 선거경쟁에서 승리를 위한 반민주자유당 연대의 형태로 이루어진 후 2000년대 중반 이후 19대 총선까지 지속되었다. 20대 총선에서는 선거 초반부터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했고, 민주당의 내분과 국민의당의 제3당 전략에 따른 선거완주 전략으로 인해 소수의 선거구에서만 성사되어 이전 선거에 비해 상당히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국민의당의 약진과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다수당 의석 확보라는 결과는 후보단일화의 효과에 관한 평가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를 테면, 20대 총선에서 투표율의 증가는 후보단일화가 없음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선택의 폭이 확대되어 투표 유인요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야권단일화에 대한 긴장감이 줄어듦으로 해서 보수진영의 결집효과가 이전 선거에 비해 약화되어 표가 분산되는 효과로 나타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적 해석은 민주의의에 대한 논의로 확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후보단일화가 민주주의의 확대를 가져 올 것인가 그리고 정치가 사회구조의 분화와 욕구의 다양화를 반영할 수 있는가, 이를 위한 다양한 정치세력의 등장을 보장하는가의 차원에서 평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후보단일화는 선거구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정당의 수준에서 소수정당의 대표급 인물의 당선을 보장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방식 하에서 새로운 정당의 성장과 정치신인의 재생산이 차단될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거대 양당 체계가 지속되고 다양한 정치적 표현의 욕구가 그들에게로 강제 수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소선구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물론, 제도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결핍된 제도는 민주주의의 확장을 지연시킬 것임에는 분명하다.   이상과 같이 살펴본 지역주의, 세대갈등, 그리고 후보단일화는 민주화의 직접적 혹은 파생적 결과이거나 민주화 이후 사회변화의 결과로서 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한 정치적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올 해로 민주화 운동 29년을 맞이하고 있고, 일 년 후에는 3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30년이라는 시간은 한 세대가 사회의 주요 세력으로 새로이 등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고 실제로 등장했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사회적 정치적 표현의 다양성을 수반한다. 이제 민주화를 이끌었던 시민사회도 그러한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세대를 맞이할 고민을 통해 그들과 함께 민주주의의 확장을 이룰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