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강영희(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장,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
최근에 나온 [동네걷기, 동네계획(박소현외 지음)]에서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나왔다. 동네생활을 가장 많이 하는 인구 집단인 30, 40대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GPS기기와 가속도계를 이용해 걷기 행위에 대해 실증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아파트 단지와 역사주거지(북촌 같은)동네의 보행량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 놀라운 건 주부들이 대형할인점보다 동네장보기를 통해 생필품을 구매하는것이 60%~84%다. 그런가하면 동네가게 이용은 평균 주3회이상, 대형할인점 이용은 주1.5회 미만이다. 석교마을앤사람들(사협)에서 자체조사한 ‘석교동주민기업현황과 활성화방안조사’에 나타난 결과 또한 흥미롭다. 353개 마을자영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대표자 56%(195개)가 주민이며, 10년이상 운영 (45%) 5년이상 운영(61%)로 마을주민이 장기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0%이상이 전적으로 또는 절반이상을 마을주민과 거래한다고 응답했으며, 마을가게에 대한 지원정책(21%)이나 대형마트의 규제정책(24%)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이용(55%)이 마을가게 활성화에 가장 필요한 일로 응답했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이용 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친밀감높이기(48%)’가 ‘가격경쟁력 강화(19%)’보다 더욱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조사결과를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에서, 거리가 비슷한 곳에 있는 대형마트보다 은행 옆의 마트를 훨씬 많이 이용한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이 두가지 조사는 마을경제활성화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주민들이 자동차를 끌고 대형마트에서 대부분의 소비를 할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했다. 대형마트는 한정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마을의 가게는 지속성을 마을속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주민의 관계를 높여가면서 걸어다니기에 좋은 마을을 만들고, 다양한 마을모임과 마을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택배를 받아주던 정육점, 아이의 등하교길을 지켜보던 문방구, 이웃끼리 술 한잔 나누던 마을식당, 할머니가 잠시 쉬어가던 골목가게가 차츰 없어지고, 늘어나는 빈 점포와 빈 집으로 인해 유료 보안서비스 가입이 늘어나고, 대문을 닫고 이웃과 만나지 않았다. 주민사이의 돌봄과 나눔이 해체되어왔다. 마을의 활성화는 주택을 허물고 아파트를 짓고, 관광객을 부르기 위해 마을도로를 확장하고, 벽화를 그리고, 혹여 마을주민들의 직장이 생길까 하는 바람으로 대형마트를 들어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싱싱한 찬거리를 구입하고, 다양한 마을가게가 생겨나고, 길을 가다 멈춰서서 마을이야기를 나누는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석교동의 조사에서도 볼 수 있듯 이런 마을을 만들어 가는데는 법과 제도의 규제와 지원에 앞서 마을사람들과의 관계를 두텁게 만들어가야 한다. 이는 개인적인 관계를 넘어 마을사람들에 의해 마을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장기적인 마을계획이 필요하다. 마을계획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마을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같다. 지금 당장 마을계획을 만들어가보자. 규모가 크지 않아도 좋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마을에 필요한 과제를 찾고, 이를 실행할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공유자원을 활용해보는 계획을 만들어보자. 삼삼오오 모여 만든 마을계획들을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고, 계획을 잡아보는 자리를 만들어보자. 이 자리에서 나온 계획들이 제도가 되고 법이 되어가는 것이 마을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