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이광진(대전경실련 조직위원장)
지난 9월 초부터 최근까지 상수도의 고도정수처리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으로 인해 대전이 시끄러웠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사업은 1개의 광역상수도를 수자원공사가 직접운영하고 있으며, 162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직영이나 공기업에 의한 위탁사업으로 주민에게 물을 공급하는 이원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국의 평균 상수도 보급률은 98.5%이며 특․광역시의 경우 99.9%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어 대다수의 국민이 상수도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대전 상수도는 대청호의 추동취수탑과 대청댐 하부 금강변의 삼정취수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1983년 대청댐 용수를 공급받는 용수수급계약을 체결하여 현재 ㎥당 3.60원의 건설비와 4.11원의 관리비를 포함하여 ㎥당 7.71원의 용수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상수도 원수대금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원수 대금을 지불해 타 지역 상수도와의 가격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송촌정수장을 비롯한 4개의 정수장을 활용하여 용수를 공급하고 있는데 일일 120만 톤의 생활용수와 9만 톤의 공업용수를 생산하여 대전과 세종, 계룡시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2013년도 기준으로 요금을 살펴보면 생산원가는 ㎥당 대전이 578.4원으로 가장 낮고 강원도가 1,472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요금 또한 ㎥당 대전이 509.4원으로 가장 낮고 전라북도가 875.4원으로 가장 높게 책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자체의 재정부채를 근거로 요금현실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대도시보다 조건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의 요금이 2~3배 더 오를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 정부는 2001년 수도법 개정을 통해 수도시설의 위탁을 허용하여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고, 2006년 시행령을 개정하여 공기업만 참여하던 위탁사업을 민간 기업까지 확대하도록 하여 본격적 민영화를 추진하게 됐다. 그간 상수도 민영화와 관련하여 정부나 지자체는 수도법상 상수도사업주체는 지방자치단체만 하도록 되어있다는 것과 공사나 공단이 위탁하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워 왔다. 그러나 민영화는 단순히 소유권과 운영이 민간에 있고 민간이 수익을 내는 구조로만 정의하지는 않는다. 소유권의 유무와 관계없이 일부 시설이라도 사업자체가 수익성 논리에 따라 재편될 수 있고 물이라는 생명의 원천인 공공재가 시장재로 위치가 변경 된다는 것 자체가 민영화라는 것이다. 대전에서 추진 중인 고도정수 처리시설은 낙동강 페놀사태 이후 도입되기 시작하여 낙동강권인 부산, 대구, 울산이 시설을 운영 중이며 수돗물 소비자인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맛과 냄새를 제거하는 시설로 한강권의 서울이 시설을 가동 중이다. 그리고 인천과 광주, 대전이 70%의 국비를 지원받아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대전은 지난 8월 말 송촌정수장 1단계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준공되어 운영 중이고 월평정수장의 1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2015년 5월 포스코건설을 중심으로 민간투자사업의향서가 대전시에 제출되었다. 의향서의 내용은 송촌2단계와 월평1,2단계 50만 톤/일에 대한 고도정수처리시설과 삼정취수장에서 중리취수장까지의 예비 도수관로 건설에 대하여 민간이 투자하고 고도정수처리시설을 25년간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BTO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대전시는 진행되던 사업을 즉각 중단시키고 민투법을 근거로 모든 정보를 비밀에 붙인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여 PIMAC의 민간사업투자 적격성 검토를 마치고 민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게 되었는데 그 시점에서 시민단체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이의 반대 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1,674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과 관련한 대전시의 추진 논리는 아주 단순하였다. 국비 지원은 근거가 없으며 대전시 재정상 이를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간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것과 민간투자 사업이 재정사업 추진시보다 예산이 절감되고 수도요금 인상 또한 낮출 수 있다는 논리이다. 민영화 문제 또한 소유권이 대전시에 귀속되고 일부시설만 위탁운영이 되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전시에서 내부 검토 자료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이유가 포함되어 있는데 민간자본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실제 부채이면서도 경영평가에서 채무로 포함하지 않아 평가에 유리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이미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사업들이 모두 국비 70%를 지원받아 진행하였고 대전시의 내부 검토 자료에도 국비 70%가 지원 가능한 사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문제는 기존의 상수도 특별회계로 지원하던 사업비를 정부가 물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별도 지원항목을 없애고 지역특별회계 생활계정에 포함하여 지원하면서 사업의 우선순위에서 상수도 사업이 후순위로 밀린 영향 때문이다. 민간투자사업이 예산절감이 되고 요금인상도 적게 된다는 논리 또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의 논리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25년간 단순 위탁이란 내용 또한 OECD나 월드뱅크 등 국제기구에서 권장하는 민영화 사업의 범주에 들어가 있고 물 문제에 기업이 참여하게 됨으로 인해 자본의 논리가 자연스럽게 접목되기 때문에 민영화라 할 수 있다. 국비 지원이 가능한 고도정수처리시설사업과 순수 시비사업인 예비 도수관로 사업을 포함하여 사업비를 확대하고 이를 이유로 재정사업의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예비도수관로 사업을 제외할 경우 국비 확보노력이 필요하지만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시민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상수도시설의 일반적인 내구연한을 20여년으로 볼 때 25년 위탁은 새로운 시설의 건설과 전문 인력 확보 문제로 인해 민간위탁이 지속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대전상수도 사업에 민간 기업이 참여하게 될 경우 FTA로 인해 외국민간기업에게도 시장을 개방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 FTA와 관련한 역진금지조항에 의해 공공이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앞의 내용들을 볼 때 민간투자를 통한 시설의 건설과 위탁운영은 한번 시행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행히 대전시가 늦게나마 시민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추진되던 민간투자사업을 중단하고 재정사업으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함으로 문제가 일단락되었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들은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고 나타날 수 있다. 이미 하수도관로에 대한 BTL사업이 추진되었고 하수종말처리장 또한 BTO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시민 누구나 좋은 물을 필요한 만큼 공급받고 사용하여야 하는 인권의 문제로 물과 관련한 정책의 수립과 추진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시민과 함께 계획하고 추진하여야 한다. 또한 예산확보를 위한 지역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함께 한다면 어디에 내 놔도 손색이 없는 안전하고 좋은 물을 공급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