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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아(회원,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원자로와 조사후시험시설, 그리고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맹독성 방사성물질이 굴뚝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출된 사실이 알려져 대전 시민들에게 또 다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10월 31일 발표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추혜선 국회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용원자로 하나로·조사후 시험시설,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에서 크립톤(Kr-85), 세슘(Cs-137), 삼중수소(H-3)등 여러 방사성 물질을 해마다 방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지난 5년간 세슘(Cs-137) 20만 베크렐, 크립톤(Kr-85) 13조 9,000억 베크럴, 삼중수소(H-3) 20조 7,400억 베크럴이 방출되었다. 세슘(Cs-137)은 반감기 30년의 단감기 핵종으로 요오드(I-131)와 더불어 대표적 식품 오염 지표물질로서 체내에 들어가면 강한 감마선을 방출해 세포조직의 분절, 유전자 변형 등을 일으켜 인체에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중수소(H-3)는 핵발전소에서 기체형태로 발생하는 방사성물질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물질로서 내부에 피폭 되었을 때 인체의 단백질, 탄수화물,유전자 등의 변형을 일으키는 핵종이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하나로원자로를 비롯한 핵관련 연구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 않는지, 누출될 위험은 없는지 우려를 해왔다. 굴뚝을 통해 방사성물질이 방출된 것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원자력연구원측은 방출된 양은 극미량으로 환경과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의 양이라고 해명을 하였다. 전혀 방출되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미량이어서 안전하다고 말을 바꾸었다. 돌아보면 원자력연구원은 늘 이러한 방식으로 말 바꾸기를 했던 것 같다. 지역에서 또 다른 현안인 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핵연료 반입문제도 똑같았다. 원자력연구원은 1987년 4월부터 2013년 8월까지 고리, 한빛, 한울 등 원자력발전소에서 핵연료 연구개발, 국산핵연료 성능검증, 손상 핵연료 원인 분석 등을 위해 총 21회 운반해 와서 현재 사용후핵연료봉 1,699개를 보관하고 있는 것이 얼마 전 알려졌다. 이동이 금지된 사용후핵연료를 이동해 온 것이 불법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법에 입각해서 사용후핵연료를 반입해 왔다고 주장하였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30여 년간 사용후핵연료를 타원자력발전소에서 이송해 와서 각종 연구에 사용한 사실을 대전 시민은 물론이고 대전시에도 알리지 않았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논란이 확산되자 원자력연구원과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반입된 사용후핵연료를 원래 있던 곳으로 반출하겠다고 뒤늦은 대책을 내놓았다. 대전 시민 입장에서는 위험천만한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다는 소식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반출이 현실성 있는 계획인지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는 처리기술이나 처분장이 없다. 반출한 다면 원자력연구원 주장대로 반출한 지역으로 되돌려 보내야만 한다. 과연, 해체되어 위험성이 더 커진 사용후핵연료를 지역주민들의 저항 없이 되돌려 보낼 수 있을까? 관련한 법률도 없고, 기술도 개발 중인데 무엇을 근거로 반출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반출을 명분으로 지역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시간벌기용 대책은 아니지 의심이 드는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자력연구원은 2017년부터 직접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계획 중이다.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과정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해체하고, 절단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기체성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은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의 사용후핵연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무수한 방사성물질이 발생하는데 차폐시설이나 공정 전반의 원격조정과 운영 등의 기술, 물리적 방호기술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하였다. 요약해보면 실험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성 방사성 폐기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안정성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을 강행하는 것은 대전시민의 안전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뒤 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시민사회와 주민들은 제3자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을 위협받는 대전시민들이 사용후핵연료 이송과 실험과정, 관리 전반에 대해 거버런스를 구성해서 안전점검을 하는 제3자 검증 방식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권리이다. 안전성이 논란이 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력연구원의 연구과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라는 요구는 정말 최소한의 요구이다. 그런데, 이 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대전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용후핵연료 대전반입과 사용용후핵연료 재처리 실험을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 지속불가능하고 미래 세대를 갉아먹는 전력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마음, 지진위험지역에 지어진 핵발전소의 위험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는 마음들이 모여 탈핵 100만인 서명운동이 지난 10월부터 시작되었다. 핵발전소의 문제,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대전의 사용후핵연료 안전문제를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더 많은 이들을 만나 ‘핵발전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설득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힘을 바탕으로 201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 ‘핵발전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려고 한다. 더 많은 시민들이 탈핵을 위한 한걸음에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 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핵연료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지역에서 처음으로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대전시, 정치권이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동안 대전시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원자력연구원의 규제와 안전대책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만은 지역이 힘을 모아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