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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의 악몽에서 깨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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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회원,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칼바람에 금강이 얼어붙었다. 지난해 여름 곤죽이 됐던 녹조 사체는 강에 떠올라 범벅이 됐다. 지난 4년 동안 금강은 매 순간 위기였다. 2012년 30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매일 아침 고통스러웠다. 코끝을 쏘는 악취와 처참한 사체의 모습은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환경부는 6만 마리로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집단폐사의 원인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사안을 마무리했다. 이때 수문을 열어야 했다. 지난여름 금강의 모습은 처참했다. 곤죽이 된 녹조 가운데 떠 있는 죽은 물고기와 득실거리는 파리떼. 녹조 사이에서 숨을 헐떡이며 헤엄치는 누치떼의 아우성. 4대강 보 완공 뒤 매년 녹조가 창궐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수질예보제와 조류경보제 기준을 완화했다. 4대강 녹조에 면죄부를 준 꼼수다. 4대강의 녹조는 환경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매년 더 많이 창궐하고 있다. 수술이 필요한 중환자에게 진통제만 주사한 격이다. 2014년 큰빗이끼벌레의 발견은 호수가 된 강의 상태를 확인해줬다. 물컹거리는 큰빗이끼벌레에서는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3m가 넘는 큰빗이끼벌레도 금강에서 나왔다. 흐르지 않는 물에 주로 사는 큰빗이끼벌레가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등 금강 3개 보 전역에 퍼져있었다. 그때 수문을 열어야 했다. 시꺼멓게 썩어가는 펄에서 서식하는 붉은깔다구와 실지렁이는 이제 금강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생물이다. 4급수 지표 생물의 출현은 2급수였던 금강의 수질 악화를 증명했다. 금강 바닥의 펄은 메탄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 펄을 밟을 때마다 끓는 물처럼 올라오는 기포에선 ‘똥’ 냄새가 났다. 이런 펄에서 다른 생물이 살 수 있을까? 금강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수문을 열어야 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전문가가 참여한 금강 수생환경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4대강 보 수문을 열자”고 제안했다. 4년 동안 조사해보니 4대강 사업이 수질과 생태계에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조금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보 문을 열여 유속을 늘리자”는 안 지사의 선언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자치단체장의 제안을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수자원공사 등 관계 기관이 귀 기울일지 미지수다. 그동안 정부는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주장에 한 번도 꿈적하지 않았다. 이런 자치단체의 선언이 모여 4대강 수문 개방의 날이 더 앞당겨질 것이란 희망을 갖는다. 충남의 제안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관계 기관, 환경단체 등과 협의체를 꾸려 ‘보 수문 개방’을 실천에 옮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금강의 병세는 언제 사망할지 모를 정도로 위태롭다. 4대강 사업은 금강의 악몽이다. 이제 그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기를…. ** 이 원고는 2017년 1월 18일 한겨레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