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칼럼·기고·주장

학생부 기록은 공정한가
  • 167

성광진(회원,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중등 교사들이 교직생활 중 한 번쯤 꼭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일 것이다. 초·중·고 12년을 마무리하는 고3생활은 학생들로서는 진로문제로 어려운 때지만 그만큼 인생에서는 가장 의미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졸업생들의 반창회도 대부분 고3시절과 연관되고, 학교를 방문하는 경우에도 우선적으로 고3때의 담임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국·영·수 같은 주요 입시 과목교사가 아니면 고3담임을 맡기도 어려웠고, 교사들 간에도 경쟁이 나타났다. 그래서 학교 경영자에게 밉보인 교사들은 하고 싶어도 주어지지 않는 역할이기도 했다. 그런 고3담임을 이제는 서로 기피하는 시절이 되고 말았다.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써낸 수백 개의 학생독서기록들은 학생들이 정말 읽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인터넷에 나온 간단한 독후감이나 책 소개를 그대로 베낀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으로 인간적인 어떤 영향을 받거나 끼쳤을 것이라고 학생부에 써대는 나는 뭐하는 건지….” “되도록 아이들에게 유리하도록 써대는 것이 때로는 괴롭다. 부풀려 과장하다보면 작가도 아니고 이건 뭐하는 건지….” “기본적인 것만 기록된 학생부라 해도 여덟 장은 된다. 어느 정도 관리한 학생들의 경우 스무 장이 넘는다. 그러니 학생부 기록을 해주는 교사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 “교사추천서를 쓰는 것도 고역이다. 심사하는 대학 관계자들을 고려하여 그들의 입맛에 어떻게 맞출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런 내용을 교사들끼리 정보로 교환하여야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고3 담임교사들의 고충을 토로하는 말들이다. 입시가 다가올수록 상담하랴, 추천서 쓰랴 정신이 없다. 게다가 학생부는 학생 본인에게 공개하다 보니 민감한 학생들이 수시로 찾아와 사소한 사항에도 마음에 안 든다고 수정을 요구하고, 부모까지 나서는 형편이라 교사들은 내용을 써 넣는데 심리적 부담이 크다. 대학교 입시에서 수시 지원이 70%가 넘고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학생부 전형이다. 입시전형에서는 학교나 학과마다 지원하는 성적들이 고만고만하다 보니 학생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학업 성적이 비슷할 경우 관리가 잘된 학생부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당연히 전자가 합격되는 것이다. 요즈음에는 학부모들까지 나서서 관리한 학생부의 경우 스무 장이 넘는 기록이 남는다. 매일같이 야간자율학습에다 주말에까지 학원이나 과외를 다니는 학생들이 봉사활동과 각종 체험활동이나 동아리활동을 체계적이고 수준급으로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학부모들이 나서서 관리해주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학생부 전형은 관리가 가능한 부유층 아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성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유전명문(有錢名門), 무전지잡(無錢地雜)’이라고 말해도 뭐랄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아닐까한다. ** 이 글은 디트뉴스24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