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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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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선(회원,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대통령·국무총리 기타의 행정부 고급공무원이나 법관과 같은 신분보장이 되어 있는 공무원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국회의 소추·심판에 의하여 또는 국회의 소추에 의한 다른 국가기관의 심판에 의하여, 이를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특별한 제도가 바로 탄핵이다. 지난 10일 이 탄핵제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이 되어 ‘전’대통령이 되었다. 탄핵제도는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로부터 비롯하여 14세기 말 영국의 에드워드 3세 때에 확립된 제도인데, 영국에서 발달하여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운영되었다. 탄핵에는 그에 의하여 형벌을 과할 수 있는 유형과 공무원의 파면과 자격의 박탈만을 목적으로 하는 유형이 있다. 또 양원제 국가의 경우 소추는 보통 하원이 행하고, 심판은 상원이 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회의 소추로 법원이 심판하는 유형도 있다. 우리나라의 탄핵 제도는 탄핵대상자인 공무원을 공직으로부터 파면하는 데 그칠 뿐 그 공무원의 민사상·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탄핵 이후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가 숙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탄핵 이후 더 큰 관심사는 누가 뭐래도 다음 대통령 선거로 중심이 옮겨 갈 수밖에 없다. 과거에 대한 심판이 미래에 대한 선택으로 바뀌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정국은 순식간에 19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대선국면으로 바뀌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곧바로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접수를 시작했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르도록 하고 있어 가장 유력한 날짜는 5월9일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오는 20일까지 대통령 선거일을 공고해야 한다. 선거일이 5월9일로 확정되면, 4월15일과 16일 이틀 동안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고, 4월25일~30일 재외투표, 5월4일과 5일 사전투표를 한다. 선거 당일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대통령 궐위로 인한 선거이기 때문에 두 시간 길어진다. 특별한 대통령 선거를 맞으며 걱정이 없지는 않다. 탄핵 반대 세력들의 폭력이 혼돈을 몰고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첫째다. “아스팔트가 피와 눈물로 덮일 것”이라는 어떤 변호사의 말처럼 탄핵 반대 세력이 극한투쟁을 벌인다면 우리 사회는 혼란에 빠져들고 대통령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면 헌법재판소라는 국가기관의 결정에 대한 불복은 체제에 대한 도전이 되어 보수적 가치를 스스로 부인하는 행동이 된다. 탄핵반대 세력은 체제에 도전할 명분도, 이유도, 수단도 없다. 보수 성향의 언론들도 일제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탄핵 반대 세력의 현실적인 선택은 폭력 시위가 아니라 60일 뒤 치러질 대선이 되어야 한다. 탄핵반대 세력은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시켜줄 것인지 따져보고 표를 몰아주는 선택을 하는 것이 그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더 걱정인 것은 적폐청산을 통한 국민통합의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동안 정권교체 찬성 여론은 압도적이었다. 문제는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가장 강력하게 떠받쳐 준 힘은 바로 박근혜 세력의 몰염치한 일련의 행태였다. 이런 세력에 대한 탄핵이 된 이후의 선거는 현실 정치 과정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치 87년 6월 항쟁 이후 대선에서의 실패처럼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87년에는 현실 정치로 국면이 바뀌면서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시민사회와 학생운동 및 노동운동 세력이 분열했고 그 결과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더욱이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된다. 정권인수 과정이 없는 집권이 예정 되어 있어 야당의 협조 없이 국정 운영을 추진할 수도 없다. 그래서 지지도 1위인 정당이 된 민주당은 자신만의 집권, 특정 후보의 집권에 안주해선 안 된다. 탄핵을 만들어온 촛불국민과 탄핵발의 세력들의 공동정부, 촛불공동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탄핵이 끝이 아니라 참된 시작이 될 수 있다. ※ 이 칼럼은 2017년 3월 <굿모닝충청>에 기재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