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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3일 기억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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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회원, 대전충남민주언론연합 사무국장)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로부터 정확히 1073일이 걸렸다.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한 시험인양이 시작된 3월 22일 국민의 관심이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인양 소식에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노심초사하며 밤 세워 인양 과정을 지켜봤다. 지난 3년의 간절한 기다림의 시간에 더해 인양을 기다리던 하루의 시간은 24시간이 아닌 또 다른 3년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3주년이 다 돼서야 시작된 세월호 인양 소식은 마냥 반가움을 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라도 인양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인양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개탄스럽다. 국민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 쉽게 인양이 되는 거였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게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탄핵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인양 작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3년 동안 온 나라를 가슴 먹먹하게 했던 세월호 참사의 기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304명의 희생자 중 9명의 미수습 희생자는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3년 희생자 가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세월호 진실 규명을 간절히 원했다. 도대체 왜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는지, 무엇 때문에 무고한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지 아직까지 그 진실을 알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시간 동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구조의무를 해야 할 대통령의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민의 무수한 요구에도, 특검 수사를 통해서도,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은 밝혀진 게 없다. 이제 1073일 만에 세상으로 나온 세월호 선체는 우리의 기억 속 진실을 규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체 인양과 함께 미수습된 9명의 희생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미수습자 찾기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 무엇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희생자 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세월호 선체 인양을 통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해 있던 진실도 인양돼야 한다. 또 얼마나 지리한 조사작업이 진행될지 모르겠다. 선체 조사준비와 선체 조사에 4달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세월호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이 중단된 이후 세월호선체조사특별법이 통과된 뒤 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인양 과정에서도 해수부의 독단적인 인양 추진으로 유가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절규하며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를 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점이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활동과 함께 지난해 9월 활동을 멈춘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도 다시 시작돼야 한다. 진실규명을 위한 어떠한 방해도 없어야 한다. 다가오는 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3년이 된다. 1073일 만에 수면위로 올려진 세월호 선체의 모습은 지난 세월 희생자와 그 가족들이 겪었던 상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내내 가슴이 저려왔다. 세월회 진실 규명이 더는 지연돼서는 안 된다. 선체 인양과 함께 침몰해 있던 세월호의 진실이 인양되길 간절히 바란다. ** 이 글은 금강일보 2017년 3월 24일자 신문에 기고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