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문창기(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문제를 하나 내고 시작하겠다. 매주 금, 토, 일요일만 영업하고 있다. 전국에 30곳이 영업하고 있다. 주 3일만 영업하는데, 매출액은 연간 7조원이 넘는다. 이런 꿈같은 곳이 어딜까? 바로 한국마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화상경마장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화상경마장을 찾고, 한 번 찾으면 얼마나 베팅하는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다. ‘말산업으로 국가경제발전과 국민의 문화·레저생활 향상 및 복지증진에 기여한다’는 한국마사회의 미션이 제대로 만든 것인지 의문이다. 대전 월평동에 위치한 화상경마장 때문에 주민들이 집회와 기자회견, 1인시위, 서명을 진행한 지 올 해로 4년째를 맞고 있다. 처음 이들을 만났을 때 집회와 기자회견, 1인시위, 서명 등 저항운동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쭈뼛거렸던 그들이 이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동네에서 화상경마장을 몰아내겠다는 운동가로 변화했다. 이들이 이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화상경마장 인근에 온갖 유흥시설이 들어서서 주거환경, 교육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로 인해 친했던 이웃들이 마을을 떠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아이들의 통학로에 위치한 화상경마장은 아무런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 않은 채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어찌 평범했던 마을 주민들이 바뀌지 않을 수가 있을까? 주민들은 지방선거, 국회의원총선거 등 주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운동기간이 되면, 후보들을 붙잡고 화상경마장이 마을을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매달렸다. 후보들마다 당선되면 화상경마장을 없애는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된 정치인들이 화상경마장을 없애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화상경마장은 여전히 영업하고 있고, 주민들은 금요일마다 서명과 1인시위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청년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3월 중순부터 온라인에서 시작된 ‘도박없이살고싶당’운동이다. 가상의 프로젝트 정당을 만들고, 화상경마장 폐쇄를 가장 큰 과제로 월평동 주민들과 연대하고 있다. 4년 째 이어온 화상경마장 폐쇄운동에 단비같은 존재를 만났고, 운동이 새로운 활기를 띄고 있다. 이들이 드디어 사고를 쳤다. 지난 3월 29일에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충청권 대의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피켓과 말가면, 현수막을 갖고 출동했다. 대선후보들을 만나 월평동과 전국의 화상경마장을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울 것을 요구했다. 왜 정치권이 그 동안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도박시설에 대해 침묵했는지 날을 세워 비판했다. 어떤 후보는 성의껏 공약화를 약속했고, 어떤 후보는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 주민들과 함께 있었던 필자는 어느 때보다 절실한 주민들의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연대의 기운을 느꼈다. 모든 후보들에게 긍정의 대답을 듣지 못했지만, 월평동 주민들은 4월 3일 서울에서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마지막에도 참여했다. 서울의 월평동, 용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주민들은 스스로 연대하고 행동하는 주인이 된 것이다. ** 이 글은 지난 4월 5일 중도일보에 기고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