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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인 월평공원,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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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회원, 목원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공원, 녹지 등 공공시설 건설을 위해 고시한 도시계획시설 중 10년 이상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토지를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면 해당 토지소유자는 보상을 받지 못한 채, 토지를 원래 허용된 용도대로 이용할 수 없게 돼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게 되는데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많은 것은 지자체의 재정능력이 취약한데도 과다하게 시설을 결정했던 것도 원인이지만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투자를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게 전적으로 맡겨둔 중앙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2020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도로 공원 등 도시개발을 위해 행정적으로 묶어놓은 사유지 개발 제한이 이때부터 잇따라 해제되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사전에 계획한 사업을 하려면 보상해주거나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보상에만 수십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지자체들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2016년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이후 10년 이상 지난 장기미집행시설은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321배인 931㎢에 달한다고 한다. 시민들의 필요에 의해 지자체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했지만 어려운 재정형편과 중앙정부의 지원이 전무하기에 관련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다.   그런데 2020년부터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10년이 지난 장기 미집행 시설은 효력이 자동으로 상실되는 일몰제가 시행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공공복지를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사유재산을 보상없이 장기간 제약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헌법불일치 판결에 따라 정부가 개인 재산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법령을 수정했기에 각 지자체가 예정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에게서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인 토지를 사들이거나 보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재정여건을 고려한다면 모든 공원, 도로, 녹지 등 공공시설로 예정된 토지를 포기해야 하고 이는 시민들의 생활여건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을 고려해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나 기존 제도의 보완이 지속적으로 요구되었지만 토지소유권을 최우선 가치로 하면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라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지금까지 근본적인 대책은 거의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은 공원시설로 지정되었지만 조성되지 않은 장기미집행 공원부지를 민간사업자의 제안을 통해 개발하는 사업으로 2009년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장기간 미조성된 공원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서 도시공원부지에서 개발행위 등에 관한 특례를 신설함으로써 사업추진자가 공원부지를 매입해서 주거 또는 상업시설 등 비공원시설 30%를 개발하고 70% 이상의 공원을 조성하여 기부채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현재 대전시에는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로서의 공원은 월평공원 등 근린공원 15개소를 포함하여 총 21개소 1천만㎡에 이른다. 이중 월평공원은 대전의 허파로서 그동안 경관관리지구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등 시민들의 합의에 의해 가장 중요하게 보존해야 하는 가치가 인정된 공원이기에 대전시 공원녹지기본계획에서도 최우선 보존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있다.   현재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에 있어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보존되고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된 도심 속 공원이 일부분이라고 하지만 대규모 공동주택단지로 바뀌게 된다면 환경문제를 비롯하여 경관문제, 교통문제, 원도심재생문제 등 대전시민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전시가 시민들이 합의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상위계획을 송두리째 바꾸게 되는 결정을 민간사업자의 계획에 의존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부분도 의문이다.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재정여건에 따른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전시에서 민간공원에 대한 공공부문의 큰 계획을 마련해서 준비하지 못하고 민간제안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민간부문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공공부문에서 이에 대한 관리계획을 사전에 마련하여 운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현재 야기된 문제를 다양한 논의를 거쳐서 합의에 이루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갑천을 비롯한 3대하천과 둘레산, 그리고 그 한가운데 위치한 월평공원 등 주요 공원녹지에 대한 환경적 가치를 고려해서 시민들이 합의한 것처럼 모두를 위한 휴식공간이자 생명의 터전으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절차상에 제기된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여 특혜라는 논란을 지우고 시민들이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대전시, 시의회를 비롯한 많은 주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미래 세대로부터 잠시 빌려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