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성광진(회원, (사)대전교육연구소장)
대전의 고등학생들에게 “학교를 졸업하고 생활하고 싶은 곳은 어디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까? 여러 차례 물어볼 때마다 결과는 엇비슷했는데, 절반을 넘는 학생들이 서울을 꼽았다.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들이 그곳에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갖가지 이유로 좋단다.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이 대전보다는 수도 서울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청소년이 훨씬 많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서울이라는 공간이 이곳보다는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으려니와 수도로서의 매력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성장한 이곳을 마다하고 다른 지역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기겠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공부하기 위해서 또는 더 나은 기회를 갖기 위해 지역을 떠나는 것은 지역 인재의 유출일 뿐 아니라, 경제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이 가는 곳에는 돈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학자금을 갖고 가고,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도 가기 마련이다. 결국 지역의 부가 유출되면 지역의 살림살이도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떠나지 않고 보금자리를 틀도록 하는 대책이 지역에서는 필요하다. 사람이 떠난 자리는 쓸쓸할 뿐만 아니라 퇴락하기 마련이다. 농촌을 떠나온 세대는 고향의 퇴락한 농촌 마을과 소도시가 얼마나 쓸쓸한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아이들과 청년은 보이지 않고 노인들만 외롭게 지키는 시골마을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자기 지역을 사랑하고 이곳에서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은 교육과 일자리이다. 교육 환경이 좋아야 한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다른 지역을 돌아보지 않을 정도로 교육적 환경을 잘 가꾸어야 한다. 어차피 대학의 선호도로 순위로 매기면 서울권 대학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학생들의 이동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물론 막을 수는 없으나,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떠나는 젊은이를 마냥 놔두면 결국 지역이 쇠락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이 도시를 떠나 서울로 가는 것을 바람직하게 바라보던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결국 수도권으로만 사람도 가고 돈도 몰렸던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균형적 발전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의 고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직업교육을 강화하였으면 한다. 더 나아가 지역의 대학들도 지역의 일자리와 연계하는 특성화 전략을 수립해 지역 인재를 다양하게 길러내야 한다. 학교마다 중복된 학과로 과잉 배출된 인력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도 이제는 없어야 한다. 시대에 부응하는 다양한 일자리 연계 학과를 통해 지역의 인재들이 다른 곳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지역에서의 범시민적인 대책도 필요한 때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전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러한 마음을 길러내려면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 대해 알아야 하고 몸으로 느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지역 사랑의 열쇠말이다. 자신의 지역에 대해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오십만 명의 이 커다란 도시에 대해 정작 청소년들은 잘 모른다. 자신이 자란 대전을 제대로 알려주는 학교에서의 프로그램이나 체험학습이 없기 때문이다. 원도심의 거리마다에는 이 도시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나이테가 있다.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알려주는 향토 유적도 널려 있고, 이 지역이 낳은 위대한 인물도 있다. 단재 신채호 열사가 대전이 낳은 인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청소년이 더 많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속속들이 챙겨 알려주는 체험학습은 더욱이나 없다. 체험학습으로 제주나 경주 등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우리 지역부터 제대로 알려주는 체험학습 과정을 만들어보았으면 한다. 이 지역의 산업기반에 대해서도 탐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로와도 연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이미 지역의 관련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원도심 체험과 향토유적 답사길 등 여러 과정이 만들어져 있다. 또 지역사회에서 공정 관광을 추구하는 여행업 종사자들이나 마을 활동가들이 체험학습 과정을 만드는데 교사와 함께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터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기 지역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법이다. 이제 학교 교육에 다양한 우리 지역 여행을 체험학습으로 승화시켜 학생들이 지역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갖게 하였으면 한다. 부디 학생들에게 대전을 공부하게 하여 우리 고장 대전을 사랑하도록 하자. ** 이 글은 디트뉴스24에 기고된 글입니다